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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y 25. 2022

은비령 연가





은비령으로 그 사람이 온단다

곧 가을 오고

그 가을이 오면 우리는 봉정암 오르는 길섶 너른 바위에

풀잎처럼 누워서 별을 헤이겠지


들녘에 무서리 내리고 덕장에 눈이 내리면

봉놋방에서 서로의 발을 비비며 웃게 되겠지

그렇게 남은 반쪽 세상은 그 남자와 살고 싶어

제발 그렇게 살다 죽고 싶어


더는 욕심부리지 말기

곧 그가 오고

그가 오면 나는 새로운 세상일 테니

우리의 애틋한 사랑은

황태 덕장에 허수아비로 남아도 좋아

바람 불고 눈이 오고

눈보라 오고 겨울 태풍도 오고 가겠지


방랑의 길에서 그 남자가 길을 돌려 나를 찾아온다니

나는 이대로 죽어도 좋아

죽어도 괜찮아...<rewrite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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