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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y 26. 2022

他     人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갈빗대 닮은 횡단보도가 있다

푸른 세월과 빨간 신호등반응해야 하고

건너가야 하는 골든 타임이 있다

아무 때나 건너면 사고가 난다


사람의 관계는 지극히 상대적이어서

일방적인 주관성은 폭력이다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와

미세한 몸짓과 눈빛은 본능적 신호이고

문향이므로 느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긴 강물이 흐른다

공무도하가처럼 처절하기도 하고

한강처럼 슬프기도 하고

섬진강처럼 애잔하기도 하다

불구가 되고 철천지 원수가 되기도 하는

그래서 상처가 되고 통한이 되기도 하는 강


사람은 사람에게 흉기가 되기도 하고

사랑이 되기도 한다

슬픔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돌아서면 바람처럼 힘없이 눕는 가느다란 풀잎

그래서 우리는 타인

빗살 무늬처럼 비스듬히 기울며 사는 반쪽 달

등만 기댈 뿐 가슴을 포갤 수 없는

결코 길지 않은 사랑의 비애


나는 지금 불 꺼진 횡단보도에서 우두커니 서서

침묵의 시간을 침잠하듯 잃어가고 있다ᆢ<rewrite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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