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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n 06. 2022

달력 넘기기 두려운 나이가 됐네요



탁 시인님..

소인이 월력 떨어져 나가는 게 두렵다 했더니

저더러 아직도 한참인데 괜히 너스레를 떤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엄살이 아니고 진짜 요즘 심경이 그렇습니다

시인님 말씀이야 그저 겨울 같은 초로의 늙은이에게 주는

위안의 립서비스 쯤으로 저는 알아 들었씁지요

세상 살만큼 산 者가 그만한 눈치도 없겠습니까


한때는 세월이 지겨워 우주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던

철부지 시절도 있었었지요

작금에 노을 지는 강가에 홀로 서 보니

세월이 누구 말마따나 참 유수와 같이 흘러갔구나 하고

뒤늦게 참회하는 중입니다


이제 무슨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숨겨놓은 금두꺼비, 비밀 금고도 열어야겠고

그동안 혼자 지켜왔던 못된 비밀들도 털어놔야겠고

숨겨놓은 애인도 정리해야 하는 건가요

엊그제 새로 맞은 이놈의 해도 곧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갈 텐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선뜻 감이 안 잡히네요

그저 월력 보기가 두려운 요즘

햇살 가득한 뒤뜰 퉷마루에 앉아서 똥강아지 마냥

졸고 있을 따름입니다


탁 시인님..

시인님이야 말로 아직도 한참 이시니

저기 남도쯤 어디 좋은 어장에 나가

맘껏 많은 시어를 낚아 올리세요

저는 시답잖은 무지렁이 글만 평생 끄적이다

변방 허접스러운 인생으로 다 허비해 버리고 말았네요

시인이란 호칭도 애당초 제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석이라

그저 비웃음만 가득 듣고 돌아갑니다


달력 보기조차 두렵다는 것은

이제 뭐든 다 됐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시쳇말로 종 쳤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몸 보전 잘하시고 건강하세요...<rewrite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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