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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Oct 20. 2022

허전하던 자리





한쪽이 텅 비어서 몸이

늘 왼쪽으로 기울었었거든

그런데 어느 날

그 빈 곳에서 새 싹이 올라오는 거야

얼마나 기쁘고 신기했던지


죽어가던 나무가

풍성한 잎을 피워 의젓한 나무가 됐을 때

내 마음이 얼마나 부자가 되었는지 몰라


겨울이 오면 나는 봄을 기다리고

나무들도 긴 잠에서 깨어

봄볕 아래 기재개를 펴겠지

그렇게 다시 살아나는 거야

빈 허리에 새 싹이 움터서 나무가 올바로 서면

내 마음도 올곧이 서서

당당해지겠지


늘 오른쪽 허리에서 바람 스치는 소리뿐이더니

오늘은 따듯한 햇살이 풍요롭게 비추네

햇볕 가득한 너를 바라보다가

문뜩 냉동고에 잠자는 머위대와 도라지나물을 볶기 시작했어

들기름에 깨 가루도 엄청 고숩겠지만

마음도 훈훈하고 고소해지는 듯해


너 때문에 허전한 자리에 꽃이 핀 것처럼 따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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