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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26. 2022

겨울 창가에서





베란다 창가에 흔들의자 하나 놓고

기우는 햇살에 그네를 탄다

검은 감나무 끝에 매달린 서리 맞은 홍시 하나가 위태롭다

까치는 오고 가며 마지막 먹이 하나는 남겨 두었

비상 식량일까

전투 식량일까


창가에 기대어

한참 때 열사의 나라

사막을 달리던 을 한다

끝없는 사막 모래 바람이 길을 감추는

신기루가 떠다니던 그곳에서 돈을 벌어 집을 장만했다


그 집 겨울 창가가

오늘의 흔들의자가 있는 곳이다

발끝을 간지럽히는 햇살이 고맙고

문 틈을 파고드는 북풍도 감사하다


비스듬히 기우는 오후는 어스름 저녁을 만나서

긴 시름을 접는

내일은 행여 눈이 오시려나 사위가 축축하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35층 아파트 창문에도 불이 밝혀지는 저녁

곤한 사람들의 귀로

가족과 재회하는 신기루가 사는 곳

이곳 둥지


모래사막과

흔들의자와

저녁으로 가는 마차와

겨울의 베란다와

창가에 기우는 햇살과

신기루 닮은 둥지와

나는 무엇이 닮았을까

무엇을 닮아가고 있을까


괜한 상념에 겨울 창가에서

그림자 지듯

비스듬히 기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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