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03. 2022

기 억 의  저 편





저수지에 앉아서 돌을 던져 본다

잔잔히 퍼져가는 동그란 물결이 부채 닮은 물 그림이다

장끼 한 마리 푸드덕 숲 저편으로 사라진다

겨울 숲은 메말라 한산하다


햇살 기우는 오후 둘레길을 내려오다 만난 저수지는 적막하다

수은주가 연일 영하를 기록하고 있으니 곧 얼어붙을지도 모른다

우수수 겨울바람이 낙엽을 몰고 계곡 쪽으로 몰려간다

오늘은 햇볕이 청명하다


저수지에 파문을 그리는 것은 추억 때문이다

유년 시절 방죽에 올라

물 수제비를 뜨던 아이들과의 기억

고향도 사라지고 아이들도 없다

이젠 생사조차 알 수 없는 타인들의 기억만으로 남아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널리 널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ᆢ"


건너편 동요 속에 누나는 이미 떠나고 없어도

나는 오늘 저수지에 앉아서

기억의 저편으로 무심한 돌을 던지고 있다

세월이 참 멀리도 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萬     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