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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26. 2022

바 람 의   길





바람이 들어와 머물도록 거실 문을 열어 놓는다

바람이 지나가도록 베란다 문을 열어 둔다

바람은 거실에 머물다가 안방 건넌방 주방을 돌아 

사랑방을 거쳐 청계 숲으로 돌아간다

거기에는 동물원이 있고

미술관이 있고 놀이랜드가 있다

산기슭에는 조그만 저수지도 있다

바람의 이웃이고 동네다


바람은 평생 길을 인도했다

태백 준령을 오르고

제주 오름을 지나고

황산, 운지산, 사자산, 태항산, 태산으로도 데려갔다

그 길에서 忍을 배우고

生을 보냈다


이제 바람이 내 소매 자락을 잡아 끈다

가자고, 멀리 떠나가자고 한다

산 넘고 물 건너가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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