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億劫이 지나갔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은자당 사모님께서 오라고 하신다

은비령이 눈에 덮여서 세상이 없어졌다고 빨리 오라고 하신다

길도 없고 세상도 없는데

어떻게 가야 하나


영겁(永劫) 세월이 사라져

눈 속에 파 묻혔는데

자꾸 들르라고 부르신다

필례 약수터도 사라지고

흘림골, 오색령도 사라 졌는데

어떻게 가야 하나 걱정이다


사부님 떠난 지 2500년

은자당 사모님은 눈만 오면 오라고 성화시다



# 겁은 겁파(劫波)의 준말로, 한 세계가 만들어져 존속하다 파괴돼 무(無)로 돌아가는 한 주기를 말한다

다른 말로는 사방 십 리에 쌓은 돌산을 선녀가 하늘에서 백 년에 한 번씩 내려와 비단 치마로 스쳐 그 바위산이 다 닳아 없어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겁이다


불교에서는 옷깃을 한 번 스치는 것은 500겁, 부부의 연은 7000겁, 부모 자식의 연은 8000겁의 인연을 쌓아야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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