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Jan 08. 2023

 나     무




자꾸 싹이 나오고

다시 나와서 움트고

그렇게 잎새가 되고

쉼 없이 자라서

그렇게 천년 고목이 되고


물과 공기가 필요하다

자양분도 필요하고

사랑도 필요하고

그리움도 필요하다

자라는 것들은 거저 크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 자라는 것이다

나락도 농부의 발자국 소리에 큰다고 하지 않던가


나무는

사람의 성장이 멈춘 후에도

한참 더 많은 세월을 혼자 자란다

사람이 늙어 지팡이를 짚을 나이에는 넓은 그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사람들이 떠난 후에도 느티나무는 그렇게 천년을 홀로 살아간다


백학 한 마리 강물에 서 있다

언 강가에 다리를 담그고 서 있다

다리가 얼겠다

나무뿌리도 춥겠다

빨리 봄이 와야  새 싹을 틔울 텐데


사람은 동면을 모른다

추운데도 자꾸 돌아다닌다

무정자 인간들이 늘어난다

나무처럼 기다릴 줄을 모른다

봄이와도 싹을 틔울 줄도 모른다

나무가 웃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