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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Feb 16. 2023

알 수도 있는 사람





언제였던가

나의 몸을 비누칠해  닦아 주었던 사람


겨울 밖으로 거친 파도가 몰려와 방파제를 덮치던 날이었던가

풍랑으로 길을 잃고 난파된  뱃전이었던가


나도 모르게 그 세월이 모두 지나갔다

그리고 남겨진 손바닥 문신으로 이 세월을 견디며 살고 있다


대체 누구였던가

나의 성기를 만지고

나의 겨드랑이를 침범해 하얀 비누 거품을 뽀얗게 낸 사람


그 사람은 나의 몸뚱이에 자기 그림만 맘껏 그려놓고 가버렸다


바다새 한 마리 곤두박질치는 암울한 밤바다에서  나는 홀로 떠 다닌다

그해 겨울 강릉은 춥고 허기졌다


百里를 걸어 무작정 들어간 에서

술은 뜨겁고도 차가웠다

그 밤 겨울처럼


그 밤 나의 몸은 범벅이 된 거품으로 아이스크림처럼 잘게 녹았다

그리고 백 년 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알 수도 있을 것 같은 사람의 손길이 꿈속 벽화처럼 남아있다


그해 겨울은

마른 몸처럼

고춧대인 양 깡말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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