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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Feb 20. 2023

약      속





방파제를 수없이 때리는 파도는

제 힘으로 때리는 것이 아니다

새와 바람과 물고기들의 힘이다


테트라포드가 매를 맞고 서 있는 포구에 장대 같은 폭우가 쏟아진다


노포가 불을 밝히는 저녁 방파제 물새 한 마리  비틀거리고

성난 파도는 사람 사는 마을까지 넘 본다


폭풍은 해안가를 가로질러 고성 쪽으로 북상한다

빗줄기가 장대처럼 굵다

우비를 때리는 비의 매가 아프다


주문진에서 안목항까지 걷는다

이 정도 몸뚱이는 날아가버릴 듯 매섭고 위태롭다


왜 하필 안목해변 카페 '키크러스'에서 만나기로 했을까


나는 왜 폭풍우 속을 걸어가고 있을까

약속은

설레이고 경이롭고 견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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