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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
불면의 밤을 숭배한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Feb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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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정맥을 닮은 불면의 밤이
날 깨우지 말아요 하고 속삭인다
토끼의 빨간 눈으로 적막을
가리고
언젠가는 잠들 시간의 공포들이 꽃을 피운다
밖에서 우는 바람 소리가 연주처럼 들리고
사각사각 발자국 소리가 작두를 타는
만신의 흰 버선코에 걸려있다
슬픈 시집 한 권 들고 나섰다
밤의 바이크를 타고 은하를 가로질러 오래된 거리를 질주한다
슬픈 시는 밀자루의 호밀처럼 흩어져 밤의 魂靈들을 깨운다
제발 굽은 등위로 수은등을 밝혀주세요
어깨에서 발목까지 강물이 흐르게 해 주세요
봄이 오기 전에 제발 불면으로 죽게 해 주세요
은하철도 999 메텔 옆 좌석을 예약할게요
우주의 끄트머리까지 가 볼 텝니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다 보니 어느새 여명이 밝아옵니다
잠의 신은 나를
결코
재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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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무당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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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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