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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Feb 19. 2023

불면의 밤을 숭배한다





푸른 정맥을 닮은 불면의 밤이

날 깨우지 말아요 하고 속삭인다

토끼의 빨간 눈으로 적막을

가리고

언젠가는 잠들 시간의 공포들이 꽃을 피운다

밖에서 우는 바람 소리가 연주처럼 들리고

사각사각 발자국 소리가 작두를 타는 만신의 흰 버선코에 걸려있다


슬픈 시집 한 권 들고 나섰다

밤의 바이크를 타고 은하를 가로질러 오래된 거리를 질주한다

슬픈 시는 밀자루의 호밀처럼 흩어져 밤의 魂靈들을 깨운다

제발 굽은 등위로 수은등을 밝혀주세요

어깨에서 발목까지 강물이 흐르게 해 주세요

봄이 오기 전에 제발 불면으로 죽게 해 주세요


은하철도 999 메텔 옆 좌석을 예약할게요

우주의 끄트머리까지 가 볼 텝니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다 보니 어느새 여명이 밝아옵니다

잠의 신은 나를 결코 재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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