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나만 남겨두고

by 시인 화가 김낙필






엄마 옷장 속에는

해마다 사드린 내복과 목도리와 양말과 털모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끼느라 늘 얇아지고 늘어진

구멍 난 것들만 입고 사시다가

그리고 이렇게 고스란히 모두 두고 가셨다


늘 헌 것만 가지고 사셨던 어머니

새것들은 아끼다가 모두 남겨두고 가셨다


아끼다가 똥 된다더니

헌 나만 두고 가셨다

어머니는 날 새것으로 생각하셨을까


엄마의 옷 장에는

엄마의 일기장처럼

새 옷가지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헌 나는 이대로 남겨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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