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은 갔습니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내게 이미 봄은 갔어도

봄길은 여직 남아 있다

그대가 봄처럼 살아나기 때문이다


올봄에도 창밖은 온통

목련이며 개나리며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

생강나무 꽃 향기가 취하듯 향그럽다


안도현 시인의 '순서'라는 시에는

꽃들은 한 번도 꽃 피는 순서를 어긴 적 없다고 썼는데

안 그렇다

요즘은 서로 순서도 안 지키고 마구마구 피어 댄다


그대 떠난 지는 오래됐지만

산수유 마을은 아직도 盛花중이다

이포나루 가는 길에는

이 등성이 저등성이 흐드러지게 진달래가 필 것이다

봄길 가는 그대 뒷모습도 새초롬히 보일 것이다


왁자한 봄의 소리가 싫다

바람도 없는 천도화 꽃그늘에서 도시락 까먹던 시절이 화양연화였다

이미 오래전 나의 봄은 그렇게 갔다

기억 속에 봄만 남아 있을 뿐이다


꽃바람 타고 오는 것은

여기저기 訃音 소식만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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