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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r 23. 2024

여  우  비

사랑






내게도 한 때 사랑에 목숨 건 적이 있었다

그 사랑은 지금은 없다

사랑은 소나기 같은 거였다

지나가는 거

여름 한 복판 뜨거운 폭염처럼 사그라져 지나가는 거니까


세월이 지난 후 회상한다

사랑은 도깨비 비처럼 지나가는 거였구나

끝까지 그렇게 목숨을 걸었다면

나는 사라지고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비가 그치고 이별이 와서 나머지 목숨을 부지하고 사는 거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다

애수, 여수, 애련, 애모

목숨을 건 사랑 이야기가 많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애절한 사랑도

가을이 오면 낙엽처럼 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오히려 아름다운 건지도 모르겠다


소모했던 그 시간들이 아까운 건 아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사람이 살아가는 삶이니까

지나가는 여정 같은 것이니까

기억 속으로 남아서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일이니까

그리 나쁘지는 않다


사랑은 착각이었다

잠시 머물다간 사랑은

이젠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으니

신기루 같은 허상이었음을 깨닫는다

여우비 같은 것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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