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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r 26. 2024

미     혹






편안한 잠자리가 있다는

그 하나  만으로 나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창틈을 파고드는 삼월의 미혹이여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원했고 미워했나이다

다 쓸데없는 것들이었음을 이제와 깨닫습니다


편히 누울 수 있는 싱글 침대가  전 재산이 된 이후로

나는 비로소 행복합니다

수많은 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고군 분투했던 삶이 부끄러워졌을 때

나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이 편안해졌습니다


만물이 잠든 경에 깨어나

먼 들의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생의 궤적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등을 편안히 받쳐주는 안락한 숨소리를 듣습니다

나는 세 평짜리 방이 우주입니다

우주보다 넓어진 침대가 고맙습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고됩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힘듭니다

벌려 논 일들을 수습하기가 어렵습니다

다 부질없는 일이었습니다


경에 눈을 떴습니다

고요해집니다

먼 사해를 떠 돌 듯

나는 지금 둥둥 떠돌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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