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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꼰대 화가시인 김낙필 입니다
미 혹
by
시인 화가 김낙필
Mar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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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잠자리가 있다는
그 하나 만으로 나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창틈을 파고드는 삼월의 미혹이여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원했고 미워했나이다
다 쓸데없는
것들이었음을 이제와 깨닫습니다
편히
누울 수 있는 싱글 침대가 전 재산이 된 이후로
나는
비로소 행복합니다
수많은 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고군 분투했던 삶이
부끄러워졌을 때
나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이
편안해졌습니다
만물이 잠든
오경에 깨어나
먼 들의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생의 궤적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등을 편안히 받쳐주는
안락한 숨소리를 듣습니다
나는
세 평짜리 방이 우주입니다
우주보다 넓어진 침대가 고맙습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고됩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힘듭니다
벌려 논 일들을 수습하기가 어렵습니다
다 부질없는
일이었습니다
오
경에 눈을 떴습니다
고요해집니다
먼 사해를 떠 돌 듯
나는 지금 둥둥
떠돌아다닙니다
keyword
침대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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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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