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Apr 20. 2024
차마 쉰 소리는 못하겠고
가슴 답답할 때
우두두둑 잎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면
시린 가슴이 가라앉는다
차라리 홧불로 훨훨 타버리면
좋으련만
행여 돌아올 님 생각에
가슴 비우고 비 소리를 듣는다
애간장 타고나면 남는 건 숯검덩이
쩍쩍 갈라진 가슴팍에
단비 한 방울 적시고 나면
새싹이라도 하나 움트려나
모르겠다
오늘도 괜한 희망 불씨하나 켜놓고 기다린다
사는 일이 한량없이 적막해지면
처량하게 내리는 비가
오히려 내 맘을 닮은 듯해서
창가에 기대어 빗소리를 듣는다
행여 개 짖는 소리라도 들리면 반가워
목을 빼고 동구밖으로 맘을 내어 보내고
빗줄기가 유리창에 빗금을 치는 오후
비는 한나절이 지나도 그칠 줄을 모르고
마음은 숨을 죽여
빗금을 따라 비의 외줄을 타고 있다
몸은 기울어 빗살 무늬가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