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May 17. 2024
잠자리에서 누운 채 창문을 열면
드높은 창공에
나뭇잎이 푸르고
미루나무 높은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장신 메타쉐콰이어가 하늘을 찌르고
갈참나무, 자귀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푸르름에 눈이 시립니다
눈이 내리고
천둥 번개가 치고
비바람 몰아치고
서리 내리고
계절이 수없이 지나가는 창밖에
나는 늘 누워 삽니다
새도 울고, 여치도 울고, 매미도 우는 침대 맡에는 늘 시집이 놓여 있습니다
나의 감옥, 마법에 걸린 오후ᆢ
소설책도 있습니다
최진영 단 한 사람, 다카노 가즈아키 건널목의 유령ᆢ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세월이 지나가는 여울목에 내 방이 있고
창문이 있습니다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나무 꼭대기가 보입니다
누워서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시를 짓는 방
그리고 창, 밖, 풍경ᆢ
오늘도 청계 숲에서 우는 새소리를 들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가지들을 봅니다
손을 뻗으면 잡히는 뽕나무 가지에 오디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까맣게 익으면 따 먹어야지
그럼 혓바닥도 까매질 거야
그런 상상으로 창밖을 보며 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