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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y 25. 2024

O 양의 휴지



십억 정도의 은행 저금이 있고

부동산이 이십오 억정도 있고

주식, 공사채가 몇 억정도 있으면 남은 인생 놀고먹어도 되는데

그래도 놀지 않고 편의점 알바를 하는 O 양은 삶에 낙이란 게 없다

부모도 배우자도 없고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홀홀 단신이니 아무런 사건사고가 없다


오랫동안 주식 투자로 벌어 모은 돈은 쌓여있을 뿐이다

취미도 없고 사회성도 없다

의 재산을 아는 사람은 은행과 국세청뿐이다

이웃 사람들은 나를 하루하루 벌어먹고사는 빈곤한 편의점 알바라고만 알고 있다

재주라곤 PC 모니터 3 대를 놓고

실시간 주가 동향을 파악하고 장기 투자 플랜을 세우는 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무료하면 가끔은 오락 게임을 하기도 한다


인생의 목표도 없다

돈 버는 일이 유일한 취미고 특기다

돈은 쓸 곳이 없으니 번 돈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

기하학적으로 나날이 누적되어 갈 뿐이다

생활비는 편의점 알바비로 충당하고도 남아돈다

남는 돈은 은행에 축적된다


O는 요즘 죽음을 생각한다

사는 게 의미가 없고 남은 인생이 너무 지루하고 길다

가족도 친구도 없고

돈을 쓸 곳도 마땅히 모르니

죽고 나면 전 재산은 국고로 환수될 것이다

그동안 국가를 위해 일한 셈이다

기부도 마땅히 할 만한 곳이 없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닌 남의 돈이었으니 줘 버리는 게 마땅하다


요즘은 그저 무의미한 삶

어떻게 죽을까만 연구하는 중이다


결국 인생은 돈과 명예보다

가족과 친구와 건강이 함께해야

한다

Miss O는 그런 건 관심 없고 달랑 돈만 있다

돈은 불 필요한 자들에게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지만

없는 사람에겐 눈물겨운 물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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