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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나무들이 옷을 벗어도

먼 하늘에 구름이 높아져도

바람이 떡갈나무 잎을 흔들어도

마지막 호박꽃이 시들어도

계절은 아무 말없이 오고 간다


사람이 오고 가는 일도

계절과 닮아서 비가 오고 눈이 오는 시절 안에 있다

아무 일 없기가 하늘에 별 따듯 어렵지만

시공과 친해지면 다 무상한 일이 된다


아무 일 없기를

무상하기를

적막하기를

무심하기를

멀어도 먼 길 돌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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