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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冬 즈음에

겨울

by 시인 화가 김낙필


입동에 추우면 그해 겨울이 춥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별로 춥지 않은걸 보니 올 겨울 춥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겨울은 추워야 겨울다운데 말이다


유년시절 세수하고 문고리를 잡으면 쩍쩍 달라붙곤 했다

방안의 요강이 얼었고

밤에 자려고 누우면 위풍이 세서 코가 시려했었다

이젠 그런 겨울은 찾아볼 수 없다


올여름이 유난히 더웠던 것은 온난화로 동남아 날씨처럼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앞바다도 한류성 물고기가 높은 수온 때문에 도망가고 열대어가 살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온도가 높아지니 겨울도 점점 온화해질 것이다


입동이면 김장철이지만

먹을 것이 지천이니 옛날처럼 김장을 담그는 집들이 많이 줄었다

백 포기, 이백 포기씩 담가 먹으며 겨울을 났는데 이제 공장 김치를 필요할 때 사 먹으면 된다

동네 사람들끼리 품앗이하던 김장철 풍경은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졌다


올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추웠으면 좋겠다

고드름도 열리고 보리농사도 잘되고 그랬으면 좋겠다

가난한 사람들도 마음만은 풍요로운 겨울이 됐음 좋겠다

눈사람도 만들고 썰매도 타던 어린 시절 속의 겨울은 꽁꽁 얼고 추워도 가슴은 따듯했다


그런 겨울이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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