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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의 등

기억

by 시인 화가 김낙필


잊혀진 계절을 기억하시나요

이 계절이 오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쓸쓸했던 그 겨울 한복판에서 그대를 만났었지요

만나면 헤어지는 수레바퀴 같은 윤회의 순리 앞에 망연해집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더욱더 애가 타고 절실했습니다


사위가 어두워져서 곧 눈이 내릴 것 같습니다

그럼 그곳으로 달려가야지요

행여 당신이 그곳에 있을 것 같아서지요

수억 겁의 緣이 내세에서의 만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이겠습니까


누군가 사람의 등이 두 개라 했죠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슬프고 아련합니다

두 개의 등이 가물가물 멀어져 갑니다


평생

쓸쓸했던 등, 따듯했던 등, 차갑고 무거웠던 등, 콘크리트 벽 같았던 등ᆢ

나 말고 등에 난 상처들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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