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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我

by 시인 화가 김낙필


기우는 가을 햇살 아래 가만히 눈감고 앉아 있으면 무아에 든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번뇌가 사라지고 공백이 된다

명상이 좋은 이유다


내일은 15시간 비행을 해야 하는 여행길이다

아마 마지막 여정이 아닐까 싶다

여행에 대한 열정도 이제 많이 식어서 멀리 움직이는 일이 번거롭다

짪은 일정에 가까운 곳을 선호하게 된다


베란다의 기우는 햇살 따라 몬스테라 넓은 잎이 따라 기운다

속 마을에는 바람도 잠들고 오후도 잠들어 있다

사람들의 동네에도 정적이 고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항버스에 오른다

떠나는 사람들이다

소돔과 고모라의 도시를 떠나 적요의 마을로 가는 사람들이다

어쩌다 우리의 도시가 소멸의 도시가 됐을까


명상 뒤에 오는 가벼움이란 명징하다

더 정진하면 나를 수도 있겠다

그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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