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돌아가는 길을 알지만
너에게로 돌아가지 않는다
너는
나에게 돌아오는 길을 알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바다는
강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길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삶은
죽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잘 안다
수억 겁의 세월이 지나서
한 몸이었던 것들이 다시 태어날 때
제 몸으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그것이 業이다
억겁의 시간 전
우리가 티끌로 태어났을 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애초에 달과 별은 없었다
우리는 아직도 서편 동편에 살고 있다
서로를 죽이는 방법을 알지만 죽이지 않았다
살려두기로 했다
우리는
원적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었지만
삶은
저승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