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안 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바람결에 실려온 향기 만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지금도 매화꽃처럼 날리며
다가오는 사람
나는 과거에 살고
그대는 미래에 살아서 볼 수 없는 사람
살고 있는 세상이 달라서
타임머신을 타면 그 나라로 갈 수 있으려나 하지만
그 기계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갈 수도 없다
흰모시적삼이 정갈하고
고무신이 백합 같다
이슬처럼 청아한 자태
곱게 내리깐 속눈썹이 곱다
학이 내려앉은 듯 고요하고
백옥 같은 손목이 수려하다
한 떨기 목련인가
살프시 목덜미에 물이 들면
진달래 같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대를
사모하는 날들은 슬프다
사랑하면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란
긴긴 동지섣달 한밤을 쪼개
무릎 위에 놓고
새벽 오기를 기다리는 일과 같다
우리가 만난 것은
억겁의 세월을 흘러
길섶 풀잎 위 달팽이처럼 만났다
천만년 반짝이는 별 무리 중에
인연이 됐다
인연이란 운명이고 숙명인 것을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만나던
무엇보다도 귀하고 소중한 것이리니
더는 사랑할 수는 없어도
사랑해야 하는 사람 하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