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날

by 시인 화가 김낙필




어느 햇살 좋은 날
찻잔을 앞에 두고
창밖을 무심히 내다봅니다
나무 가지에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앉았습니다
차 한잔이 다 식도록 날아가지를 않습니다

커피 포트를 가열하고
차를 덥히려면 일어나야 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합니다
오랫동안 서로를 쳐다보다가
끝내 새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후로도 나는 오랫동안
빈 가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딩동~하는 소리에 무념에서 깨어납니다
택배기사가 다녀 갑니다

그제야 나는 일어나 찻물을 다시 덥힙니다
그리고 다시 차 한잔이 식을 동안까지 새를 기다립니다

목 추기고 갈 수반 하나 조차 없어서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햇살이 좋아 시름을 달래고 앉아 있습니다
어느새 내가 가지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동네 한 바퀴 돌아
라일락 꽃가지 하나를 꺾어다
물병에 꽂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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