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와 살았다 아침마다 따뜻한 바게트 빵을 꽃과 함께 한아름 안고 아파트에 들락 거렸다 피아니스트 남편과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이야기하고 시와 문학을 논하며 살았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C단조 비창 Op.13-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 베토벤이 기장 행복했던 젊은 시절에 쓴 슬픈 노래를 남편이 연주하고 있을 때
그녀는 세상을 온통 다 갖은 듯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치매를 앓는 노인네로 돌아왔다 남편과 식구들이 매스컴에 연일 오르내렸다 돌보지 않느니 요양원에 버렸느니 산 사람들이 애매한 구설수에 올랐다 치매환자는 요양원에서 지내는 게 당연한 조치다 그곳에는 전문 요양 보호사들이 환자를 케어하고 보살피게 마련이다 식구들이 보살피게 되면 그들의 생활은 엉망이 되게 마련이다 당연한 조치를 제삼자인 타인들이 사생활을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 똥, 오줌을 받아내 본 사람만 이 어려운 사정을 알기 때문이다
한 때의 스타도 파리의 여자들도 늙고 병들기 마련이다 치매는 늙고 병드는 것이므로 순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윤정희와 백건우는 잡음 없이 잘 살아온 부부의 표상이다 타인들이 상관하고 판단할 그런 무지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파리의 여자도 세월이 가서 늙어지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가는 것이다 누구든 다들 그렇게 한 세월을 살다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