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울 없 는 집

by 시인 화가 김낙필




누가 사는지 모른다
저마다 방문을 걸어놓고 무얼 하는지 모른다
저 자신도 누구인지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거울 없는 집이 됐다
거미줄이 살고
작년 가을 낙엽이 살고
보일러가 죽고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왔다
침묵의 집으로 들어가서
소름 돋는 방에 눕는다
비상구도 없고 소화기도 없는
불에 타면 호로록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집

창문 너머 먼 하늘가 포플러 나뭇가지에 가오리 연 하나 걸렸다
매일 아침 펄럭이는 연의 꼬리를 바라본다
쏴아하고 소낙비가 몰려가면 대책 없이 젖고 마는 인생
맑은 날에만 펄럭이는

날숨 들숨이 없는 집
파리채도 없는 집
가스레인지도 없는 집
선풍기 하나만 외롭게 돌아가는
거울도 없는 무명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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