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계

by 시인 화가 김낙필





깊은 관계냐고 누가 묻는다

아니라고 했다

남녀 사이에 깊은 관계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안다

깊고 은밀한 부분은 그것 말고도 있는데

상처 라든가 마음 이라든가 언약 이라든가


누구에게는 가장 얕은 곳인 그곳은

존엄하지도 않고

신성하지도 않은 이름

성기일 뿐이다

단 한번,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빌릴 때 말고는 아주 가벼울 수 있는 그곳을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깊은 곳이라고 명명한다


진정 깊은 관계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

서로를 배려하고 보듬을 수 있는 관계

같이 잤다고 관계가 깊어지는 거은 아니다

열락의 도시,

욕망이란 전차를 타고 사는 우리는

성을 더 이상 신성시하지는 않는다

지나가는 놀잇배처럼

즐기는 여흥의 수단일 뿐이다


깊은 관계냐고 누가 또 묻는다

이번엔 그렇다고 했다

가장 힘들었을 때

나를 지켜주고 도와주고 위로했던 관계이므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이므로 그렇다고 했다


남녀 관계에서 우정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있다ᆢ

욕정을 배제하면

친구 같은 오랜 우정도 탄생할 수 있다


남녀 간의 깊은 관계란 진정

그거 빼고는 없는 것 일가


사실 우린

깊은 관계도 안 깊은 관계도 아니다

그저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고 농담하는 사이

오래된 친구일 뿐이다


누가 물어올 때

진정 사랑하는 사이라면

깊은 관계라고 해야 한다

즐기는 사이일 때는 얕은 관계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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