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이 란

by 시인 화가 김낙필





내게 가을이란

숨죽이고 누워서 창밖 나뭇가지에 이는 바람을 바라보는 일이다


오늘 가을비가 내렸다

가을비란 요란하지 않다

추적추적 나뭇잎을 적실 정도 그만큼이다

비 맞은 이파리들이 윤이 난다

마치 참기름을 발라놓은 듯이


미술관 옆 주차장이 텅 비었다

그 자리에 낙엽들이 쏟아져 덮여있다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 동물원 쪽으로 방향을 튼다

청계산이 비에 젖어서 더 짙다

올 단풍산은 유난히 곱다


가을이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기 좋은 계절이다

사유하기도 좋은 계절이다

죽기도 좋은 계절이고

울기도 좋은 계절이다


동물원이 비에 젖어 모두들 우리 안으로 숨었다

세렝게티에서 이사 온 그들의 가을은 여전히 춥다


설악에는 오늘

비 대신 눈이 내렸다

가을이 깊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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