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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거리

by 시인 화가 김낙필





봄 같은 박범신과

여름 닮은 전경린과

가을 닮은 김훈과

겨울 같은 이순원의 책을 잡으면 밤을 꼬박 새우고 만다

헌데 오랜동안 이들이 침묵한다

그래서 심심하다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에겐 여행은 도피고 도망이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피난처 일지도 모른다

진부한 삶에서 벗어나고픈 탈출구

은폐하고 싶은 비상구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처음 만난 상대와 잠을 잘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줄 수는 없듯이

여행자들은 마음 둘 곳을 찾으러 어딘가로 떠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수 없는 핑계는 많지만 해결할 수없는 "나"라는 현실

혼자라는 안심에 중독되는 나날


이슬라마바드, 치앙마이, 프라하, 바라나시ᆢ

어디로든 도망칠 수 있다면

잠시라도 나 아닌 너로 변신할 수 있다면

여행은 성공이다 라고 말하는

괘변자의 망상

망망대해를 나서는 모험가의 요트 깃발처럼


나 하나를 관리하고 보살피는 일이 이리도 어렵다

햇살 가득한 거리로 나서보면

마음의 온도를 알 수 있다

영하인지 영상인지


서릿발을 딛고 일어서는 갈잎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며

어디에도 가닿지 못하는 마음의 소리를 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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