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승 달

by 시인 화가 김낙필





가을날에는 야생의 내음이 있다

구절초, 뒹구는 낙엽, 건초더미, 들국화, 싸늘한 바람


냉동고에서 여름에 보관한 봉숭아 다진 걸 꺼내 새끼손가락 물을 들인다

이미 들인 봉숭아 물은 초승달처럼 손톱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가식이 없는 순수한 소리들을 모아 가슴에 심는다

삶이란 어차피 모순덩어리와 불협화음으로 뭉쳐진 것이라고 말한 자와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의 내면은 평화로워진다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슬픈 세상에 기쁜 말들은 뭘까

삶은 늘 그 자리에서 날 바라보고만 있다


밖으로 찬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며 지나가고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지금도 나는 날 유기하고 있다


세상에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하는 것이라는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