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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 마 저 도

by 시인 화가 김낙필





이별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아픈 사랑이려니

진정 아름다운 사랑이다


심장이 이제는 뛰지 않는다

이미 식어버린 동토의 땅이 돼버렸다


세월이 너무 많이 가버려서

이젠 사랑할 힘도 남아있지 않다

그리움의 심지마저도 다 타버려서

태울 것조차 남지 않았다


이별한 지 오래

잊지 못하고 사는 것은

미련한 미련 때문인데

가을 끝 마을 어귀가 붉게 물드는 것처럼

해가 갈수록 그림움이 더욱더 선명해지고 깊어가기 때문이다


이별까지 사랑하는데 걸린

수많은 계절이 지나가고 거기까지 십수 년이 흘러갔다


이제야 비로소

그 이별의 아픔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잊혀 아름다운 시간

생의 이 끄트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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