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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May 30. 2017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One Fine Spring Day

건강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혼자서 몇 사람 몫의 인생을 살고자 목표하는 법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삶을 순차적으로 사는 건 첫 번째 방법.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앞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자신은 열차에 앉아 있지만 창밖의 풍경은 자연스레 변한다. 사실 하나의 인생이지만 여러 개의 인생을 지났다고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     


좀 더 욕심이 많은 사람은 한 장면을 지루하게 반복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새로운 봄이 아닌 다시 온 봄을 맞는다. 아비(阿飛)는 1960년 4월 16일을 영원히 살고, 화양연화는 끝없이 이별을 거듭한다. 이영애와 유지태의 봄날도 다시 돌아온다. 꽃은 피고 지고, 또다시 피면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산다. 변하고 변해서 제자리로 돌아온 자신을. 변하지 않는 자신을 견디고 다시 살아가는 사람은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법을 배운다. 다시 돌아온 봄이 처음의 봄과 얼마나 닮았는지, 또 새롭게 달라서 얼마나 기쁜지. 모든 ‘그러했다’가 그렇게 하길 ‘원했다’고 달라지는 한 순간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견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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