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fing Y.Y LAND
대한서핑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 서핑 인구는 지난 2014년 4만명에서 2015년 5만5,000명, 2016년 10만명, 2017년 20만명 순으로 매년 2배씩 늘었다고 한다. 나같은 사람까지 서핑 보드를 가지고 있을 정도면 파도타기가 정말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7월 중순의 양양 해변가에는 뭍에 올라온 바다사자 떼를 연상시키는 시커먼 무리로 뒤덮여있다. 제주도와 부산 대표적인 해안 도시에 이어 서핑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강원도 곳곳의 해변가는 보드에 한번 서보겠다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보드를 빌리고, 수트를 빌리고 강습료까지 더하면 꽤 큰 돈이 된다. 하지만 바닷물에 30분만 들어가 있으면 본전 생각은 나지 않는다. 보드 위에 가만히 누워 둥둥 떠있기만 해도 그 값을 충분히 했다는 느낌이 든다. 서핑을 하러 양양에 자주 간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보드 위에 설 수 있어?"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럴 때마다 우물거리며 "그럴 때도 있다.."라고 말을 흐리게 된다. 강습을 여러번 받았지만 실력이 늘었다는 느낌은 없다. 한 달에 두어번 두어시간 물장구를 치는 것만으로 파도타기에 익숙해질 정도로 운동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서있기 보다 떠있는다. 일어서 있기보다 누워 있는다. 그리고 파도를 잘 타는 사람들과 잘 못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시선은 파도가 오는 수평선 쪽이 아니라, 해변가 쪽을 향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보드에 얼굴을 대고 누워서 찰랑찰랑 묻어나는 짠물을 바라본다. 물이 몇방울 튀기도 하고, 파도가 오는 쪽을 보고 있지 않아 뒤에서 큰 물살에 휩쓸릴 때도 있다. 그렇게 온몸의 긴장을 풀고 한량처럼 누워있는 게 좋다. 어릴 때 타던 고무튜브가 스폰지보드로 바뀐 것 뿐이다. 물에 들어가 있으면서 빠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어정쩡한 상태가 얼마나 편안한지 알게 되었다.
바닷가 앞 국수 가게에서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애 둘을 만났다. 학교를 일찍 마쳤는지, 아니면 여름 방학을 했는지 이른 시간부터 수영복 차림이었다. 마시듯이 고기 국수 국물까지 말끔히 비우고, 자기 몸만한 보드를 한쪽에 끼고 일어서는 아이들이 늠름했다. 그대로 바다로 들어가 몇시간 파도를 타겠지. 아무리 비싼 보드가 있어도, 발리에서 스티로폼 타고 물놀이 배운 아이들을 못따라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렇게 매일 파도를 끼고 노는 동네 아이들을 누가 당할까.
매주 금요일 인천에서 차를 끌고 양양에 오는 한 여자 분을 알게 되었다. 서핑 카페에서 금요일 늦은 밤 카풀을 구하다가 만난 분이다. 작은 경차에 보드를 매달고, 거침없는 속도로 달리는 분이었다. 또 어떤 중학교 생물 선생님은 10년 동안 근무를 마치고 1년의 자율 휴직 기간 동안 아예 바닷가로 옮겨와 살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매일 산책하듯 파도를 타는 '로컬'과 일주일에 한번씩 '찔끔' 타는 사람들의 실력 사이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 시즌의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던 서핑도 배드민턴이나 축구처럼 일상적인 스포츠였다. 자주 접하고, 애써서 연습한 그만큼 실력이 는다.
그러니까 나는 아마 10년 뒤에도 보드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바닷물이 너무 차가워도 싫고, 너무 이른 아침도 싫고, 열심히 패들을 하기보다 쉬운 파도가 날 태워주길 기다린다.처음 강습받고 물에 들어간 기분을 매년 매시즌마다 새로 느낄지 모른다. 나처럼 대충해서는 백날 물에 들어가도 물장구나 치고 나올 것이다. 물놀이로 빨리 소화를 끝내서 먹고싶은 햄버거나 막창이나 맥주를 더 맛있게 먹을수만 있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