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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Aug 10. 2020

[11책] 죽은 자의 집 청소

유품 정리는 유족의 몫일까

  산 사람이 죽은 장소를 치우는 사람이 쓴 책이다. 이전까지 누군가 살아 있었지만, 죽은 채로도 있었던 장소에는 치울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가 읽던 책이나 옷가지뿐 아니라, 마지막 순간을 위해 준비해둔 칼이나 화장실에 흘려버리지 않고 모아둔 수천 개의 '소변이 담긴 페트병'까지.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물건을 정리 정돈하는 것과 달리,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한다는 뜻의 '청소'가 어울리는 그런 공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글쓴이는 유류품을 정리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또, 자신의 일이 독립적인 직업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위생, 청소의 하위 범주에 속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직장인이 회사로 출근을 하듯 죽은 자의 집을 드나드는 그의 삶은 소리보다는 냄새에 더 민감해 보였다. 죽은 사람의 몸에서 나는 냄새, 그리고 그가 오래도록 발견되지 않았을 때 더해지는 냄새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이 책 직전에 읽은 책이 <여행의 이유>였기에 두 글을 비교해서 보게 되었다. 여행과 죽음,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 주제였지만 두 책의 스타일은 두 소재를 다루는 기존의 방식을 반대로 했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김영하는 개별의 여행 이야기 대신 여행의 본질적인 부분에 주목했고, '특수청소부'인 김완은 죽음의 본질적인 이야기 대신 자신이 목격한 죽은 자의 집 하나 하나를 사진처럼 나열했다. 본질적인 이야기는 독자의 개인적인 감상을 이끌어내고, 구체적인 사례는 오히려 상상의 여지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이야기에 갇힌다는 느낌이었다.


 죽음이 있었던 자리는 그 이전에 삶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다. 내가 죽더라도 수많은 흔적들이 남아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 흔적 가운데 무엇은 쓰레기 봉투에 담겨 버려지고, 무엇은 또다른 쓸모를 찾아 남게 될까. 내가 떠난 곳을 치우는 사람은 무엇을 보고, 보이지 않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을 상상할까. 가능하다면 내가 머물던 곳에 또다른 누군가가 산뜻한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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