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게도 나의 바디프로필 여정에 운동과 식단을 함께 해주는 남편이지만, 어젯밤엔 세게 조언을 해주었다. 더 이상 지방을 말리지 말고 근육을 늘리는 데 집중하라는 것. 지금 먹는 것이 너무 부실하니 단백질이라도 양껏 충분히 먹어주라는 주문이었다. 나름 근육이 생겼다고 생각한 배와 팔뚝을 보여줘도. 그렇게 말라깽이 되는 건 그냥 굶어도 할 수 있다며. 너처럼 운동 열심히 하는데 근육 줄어들면 너무 아깝지 않냐는 진심 어린 걱정이었다.
하루 3시간 이상 운동을 하는데 먹는 건 매끼 닭가슴살 한 팩에 탄수화물 조금, 야채가 전부다. 몸무게라는 숫자에 집착하다보니 0.1키로라도 더 빨리 덜어내기 위해 적게 먹는 것을 디폴트로 삼아왔다. 피티쌤도 제한적인 식단을 계속 이야기했고 한 끼의 치팅에도 후회가 밀려오니 그냥 정해진 조금 배고픈 양에 만족하기 위해 애써왔다. 하지만 평생 이렇게 먹을 수는 없는데. 또 내가 바라는 균형 잡힌 근육을 만들기 위한 방향성에 맞는 식단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빼온 게 있는데, 로망과도 같은 4x대 몸무게를 찍어보는 게 욕심이 났던 게 사실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그 숫자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배부르게 든든히 먹으면 하루 이틀 그 목표가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운동을 하고 있는데,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건 적게 먹기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근육이나 몸의 탄력보다는 줄어드는 숫자에만 열을 올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니가 되고 싶은 게 소녀시대야? 트와이스야? 김자인처럼 진짜 근육 잡힌 멋진 몸 아니었어?
흠... 어쨌든 빼빼 마른 몸이어야 사진이 잘 나온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리기가 어렵다. 적당한 근육도 일단 마른 몸이 된 다음에야 노려볼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무게를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자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절식으로 있던 근육까지 다 빠져나가고 나면 나중에 요요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정말 원하는 목표를 이뤘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남편이 타준 단백질 셰이크를 한 잔 들이키고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배부른 채 잠들어서인지 꿀잠을 잤다. 오히려 체중은 더 줄어있었고, 아침과 점심 저녁도 단백질 양을 늘려 포만감 있게 든든히 먹었다. 당분간 체중이 드라마틱하게 줄지 않더라도, ‘적당한’ 식사에 대한 기준을 조금 높여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