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로필 d-32 그냥 지금 찍고 사람으로 살아

현타 올 땐 뿌링킆

by 민지숙

2주 만에 피티쌤 앞에서 인바디를 쟀다. 나흘 전 운동 중에 몰래 쟀던 인바디 보다 근육량이 1키로 줄어 있었다. 몸무게는 역대 최저를 찍었는데 기쁘지 않았다. 인바디라는 게 컨디션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거라지만 내가 바라던 감량은 이런 게 아니었다. 피티쌤은 지금 식단을 유지하면서 운동 강도를 더 높이자고 했다. 근육량을 유지하거나 늘리려면 사실 지금보다 더 먹어야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는 거다.

결국 사진을 찍기 위한 바디프로필 프로젝트가 ‘비정상’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지금까지 건강한 몸, 내 마음에 드는 몸을 만들어 간다는 목표 의식은 좋은 것이란 생각을 해왔다. 그렇게 무리하거나 보여주기만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겠다는 내적갈등 때문에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다. 결국 균형점을 잘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틀렸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느낌이었다.

아침 복싱 저녁 헬스 유산소까지, 식단은 세끼 모두 클린했다. 그런데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뭔가 꺼림직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 기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다. 말그대로 ‘현타’가 온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인지 배달 어플을 켜서 치킨을 주문했다. 뿌링소스도 하나 추가해서.


“차라리 그냥 지금 바프를 찍어. 그리고 사람답게 살아”


뿌링클은 원래 내 취향이 아니다. 느끼하고 양념 범벅인 그 향이 싫었다. 그런데 식단을 하면서 먹방을 너무 많이 봤더니 먹고 싶은 음식 1순위가 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뿌링클 콤보 반마리를 다 먹었다. 안들어 갈 것 같더니 생각 없이 먹으니 어느새 다 먹었다. 배가 너무 불러 귀에 이명이 들릴 정도다. 나의 뿌링클 폭발 이야기를 듣던 남편도 언니도 그냥 지금 사진을 찍고 끝내 버리라고 했다. 그리고 사람으로 살아!

이렇게 갑자기 어느 날 현타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 엄청 힘든 하루였다기보다 그냥 복합적인 스트레스 탓이었던 것 같다. 일단 배부른 채로 자고, 내일 또 되는대로 해보련다. 너무 열심히 말고 그냥 되는대로.


식단

아침: 오트밀 + 계란

점심: 당근 + 오트밀 + 닭가슴살

저녁: 서브웨이 에그마요

야식: 뿌링클 반마리

운동

복싱 60분 + 헬스 60분 + 유산소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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