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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Aug 19. 2021

一年百讀_4권 <화이트호스>

나의 구원은 무엇인가

 

가격: 13,500원

분량: 300p

출판사: 문학동네

저자: 강화길     


  여성을 소재로 한 이야기 중에 가장 재밌게 읽은 글이다. 주제만큼이나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단편 소설집. 적당한 분량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서울에서 강원도로 향하는 터널 여러 개를 연이어 통과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남자 동기에게 추천받은 책이었다. 그의 안목을 신뢰하는 만큼 이야기를 들은 자리에서 전자책 주문을 했다. 2020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서 봤던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일곱 개의 이야기 중에 가장 마음을 울렸던 건 두 번째 <가원>이었다. 우리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언니의 이야기로 읽혔다. 나의 가족에게서 나조차 읽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누군가가 정리해준 느낌이었다. 딸의 삶이 달라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던 것은 칭찬에 인색했던 엄마와 할머니였다. 그녀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되짚어보게 되었다. 서로에게 서운하고, 응어리 지는 마음의 근원을 그녀들 자신도 알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 다음 이야기부터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스릴러의 즐거움을 차례차례 맛볼 수 있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누군가 뒤를 쫓아오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되었다.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막을 내려버리는 솜씨에 속수무책으로 등을 내주고 말았다. 이런 재미에 스릴러를 보는 구나. 화려한 액션이나 소리로 놀라키는 영상물의 자극과는 다른 오싹한 즐거움이 이어졌다.      


 정작 책 제목이 붙은 이야기(‘화이트호스’)에서는 길을 잃은 것 같았다. 마냥 즐겁게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일까. 제목으로 꼽힌 만큼 이 이야기가 은유하는 메시지의 정답을 맞히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에 실패했고 나중에 누군가의 서평을 통해서 어렴풋이 작가가 의도한 바를 짐작만 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백마 탄 왕자. 작가가 죽어버려 그가 생각했던 원래의 뜻은 아무도 알 수 없게 된 상징. 그걸 찾아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과거보다 인간이 더 이기적이 되거나, 악해진 게 아니라, 단지 욕망을 추구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당신의 구원(‘화이트호스’)은 무엇입니까. 경제적 자유일 수도, 마음의 동반자일 수도 있고, 열심히 찾아 헤맸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수도 있다. 이 문장을 적으면서 또 지금 이 순간 나의 구원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안정된 직장, 가족들로부터의 인정, 무한한 시간적 자유. 전보다 내가 더 이기적이 되거나, 악해진 게 아니라, 욕망을 쫓는 방법을 달리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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