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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Dec 29. 2021

<동물과의 대화 1편>

일일일독


지은이: 텐플 그랜딘, 캐서린 존슨

출판사: 언제나북스

가격: 2만원

분량: 521p     


 지은이 템프 그랜딘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고 유명한 자폐인’으로 소개됐다. 그녀는 두 살 때 보호시설에서 평생을 살 것이라 의사가 진단했지만,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과 그만이 가진 특별한 인식체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두 문장의 설명만으로 이 책을 읽어볼 이유는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나의 서평의 개성으로 ‘진행형’을 내세워볼까 한다. 완성된 독서의 경험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읽고 있는 중’인 생각을 그대로 적어 내려가 보려고 한다. 분명 이 책의 소개를 읽었을 때는 엄청나게 흥미로운 내용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처음 50페이지를 넘기기까지는 집중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고, 함께 읽기로 한 남편에게 “재미가 있지는 않다”라고 했었다.      


 파트 1을 다 읽고, 문체와 내용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부터 재미가 붙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있어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많은 정보를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겪은 경험에 대한 소개도 어떤 성향이나 이론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된다. 그저 동물과 일반인 사이에 있는 자폐인으로서의 시선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데 집중한다.      


 그런 담백함이 결국 책을 계속해서 읽게 만든다. 동물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결국 인간과 나 자신의 사고와 감정의 회로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동물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면 원하는 내용이 아니겠지만, 동물의 일종인 사람에 대해서까지 친절하게 설명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어느새 나 자신과 대화하는 법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새로운 정보가 아닌 관점이나 ‘사소하다’고 넘겼지만 중요한 사실들에 대해서 스스로 곱씹으면서 읽게 된다.      


 지금까지 읽은 전반부는 동물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과 공격성,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사람은 동물이 보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인식할 수는 없다. 눈앞에 보이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과거에 습득했던 정보를 바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보다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기도 하고, 그 덕분에 두려움에 무딘 채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기도 하다. 


=====   책 가운데 ======

       

 <동물과의 대화>는 내가 동물과 보낸 40년의 세월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동물을 이야기하는 책들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동물을 다루는 전문가가 아니다. 자폐인은 동물이 생각하는 방식,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 모두를 취할 수 있다. 다만 자폐인은 일반인과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싶다.      


 동물이 보는 것은 사람도 전부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이 그것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대신 사람의 두뇌는 세상의 기초 데이터를 모아서 대략의 구도화가 이루어진 일반화된 개념으로 바꾼다. ... 그 뜻은 사람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본다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의 정서의 주요한 차이점은 동물은 사람처럼 복합적인 감정이 없다는 것이다. 동물은 양가감정적이지 않다. 동물은 같은 종이나 사람을 미워하는 동시에 사랑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 사람은 그토록 동물을 사랑하는 것이다. 동물은 충직하다. 동물이 당신을 사랑하게 되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신을 사랑한다. 동물은 당신이 어떻게 보이든, 얼마의 돈을 벌든 개의치 않는다.      


 일반인은 분노의 감정을 이겨 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심지어 일반인은 나쁜 감정을 이겨 낼 때도 나쁜 감정과 그를 화나게 만든 상황이나 사람과의 연결을 지속한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엄청나게 화나게 만들 때도 그의 두뇌는 분노와 사랑을 서로 중계하고 기억한다. 엄청나게 발달된 전두엽 덕분에 모든 것을 다른 것과 연결시키고, 그의 두뇌는 사람과 상황에 대해 복합된 감정을 가지도록 배우게 된다.

      

이제 연구가들은 완전히 다르게 보고 있다. 우리는 코카인 같은 약물이 좋게 느끼는 것은 뇌의 탐색 중추를 강력하게 자극하기 때문이지, 어떤 즐거움의 중추를 자극하는 게 아님을 보여 주는 수많은 증거를 가지고 있다. 쥐가 자극받는 것은 그들의 호기심, 흥미, 기대감 회로여서 좋게 느끼는 것이다. 어떤 것에 흥분되고 현재 진행되는 행동에 특히 호기심을 보이면서, 사람들이 인생에서 최고라고 말하는 상태까지 이르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보다 물리적인 싸움을 더 자주한다. 그러나 여자도 똑같이 분노한다. 그리고 어떤 연구에서는 여자는 간접적인 공격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험담한다든지, 모임에서 제외시킨다든지 등의 행동을 남자보다 더 많이 한다. 지금까지 심리학적 연구에서 밝혀진, 여자도 남자만큼 분노를 느끼지만 물리적 싸움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 여자는 분노한 상태에서도 두려움을 많이 느낀다는 데 있다. 공포는 물리적 공격성을 제어하는 장치다.      


 고양이의 분노 회로가 전기적으로 자극되면, 고양이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위협음을 발산한다. ... 똑같은 고양이지만 포식 회로가 자극될 때, 고양이의 몸은 반대로 침작성을 유지한다.      


 가장 복잡한 두뇌를 가진 동물이 가장 지저분한 행동에 관여한다는 대목을 읽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나는 사람과 동물이 복잡한 두뇌를 가진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 예로, 복잡한 두뇌에서는 나쁜 행동으로 이끌 실수를 각인할 기회가 더 많다. 다른 가능성은 보다 복잡한 두뇌는 융통성 있게 행동할 여지가 많으므로 복잡한 두뇌를 가진 동물은 좋음 나쁨 중간 등 새로운 행동을 개발하는 데 자유롭다. 사람은 위대하게 사랑하고 헌신할 수 있지만, 엄청나게 잔혹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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