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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5. 2020

수상한 집 - 광보네

3 - 돌맹이


광보 삼춘 배가 요즘 부쩍 나왔다. 6월 22일 개관하기 전까지만 해도 낼모레 80세가 다된 노인의 몸이라고는 할 수 없는 단단한 몸을 유지하고 있던 그였지만 두 달여 만에 배볼록이 할배가 되어버렸다. 


“선생님, 요즘 배가 부쩍 나오셨어요.”


“혼자 살 때는 뭘 먹으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가볍게 먹고 과식하지 않는데 요즘은 최관장이랑 같이 사니까 매 시간마다 끼니를 챙겨먹으니 이렇게 살만 찌는 것 같아.”


옆에서 듣고 있던 최 관장이 발끈했다.


“뭐라고요? 아니 끼니를 챙겨드리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선생님이 예전처럼 운동을 안하시니 그런 걸 왜 제 탓을 하십니까? 정말”


사실이다. 전에 광보 삼춘은 혼자 사실때에도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시간씩 동네를 거닐었고, 저녁 식사 후에도 한 시간 이상을 걸었다. 그런데 개관식 이후로는 더워지는 날씨를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 하시더니 아예 저녁에는 걷는 일을 포기하셨다. 결국 불어나는 체중을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보 삼춘의 과체중은 곧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광보 할배는 혈압과 당뇨가 있어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있다. 특히나 고혈압은 꾸준한 운동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체중이 늘었다는 것은 혈압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체중으로 쓰러지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오래 사셔야 이 집도 오래 보시지요.”


입을 삐죽 내밀던 광보 삼춘이 퉁퉁 말을 던진다.


“운동 안 해서 혈압이 높아지는게 아니라 잔소리 때문에 혈압이 높아져서 쓰러지겠다.”


그러더니 또 문을 열고 나간다. 


“어디가세요?”


“가출”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꺼내 쓰시고는 오토바이 시동을 건다. 

출발하려는 광보 삼춘 뒤에다 소리쳤다.


“저녁 식사 때까지는 오세요.”


알았다는 듯 왼손 한번 번쩍 들고는 그대로 골목을 돌아간다.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 오토바이 시동소리가 나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오토바이 발판 위로 커다란 비닐봉지 하나가 올려 있었다.


“아, 쳐다보지만 말고 이것 좀 빨리 옮겨 봐.”


뭔가 해서 다가가 보니 돌멩이가 가득 차 있었다. 웬 돌멩이냐고 물었더니 마당이라도 꾸미려고 돌을 좀 주워왔다고 한다. 


“저 화북 아래 곤흘동 바닷가 쪽으로 가면 내 살던 동네가 나와. 거기 바닷가를 돌아가면 제법 예쁜 돌을 구할 수 있어. 이래 뵈도 내가 ‘수상한집’ 영업사원이잖아.”


잔소리라고 여길 법도 한데 이렇게 예쁜 돌로 화답하시니 이 분 좋아하지 않을래야 좋아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수상한집 앞마당 돌담과 나무가 심어져 있는 화단에 작은 돌을 쌓아 놓으니 딱딱했던 건물이 훨씬 부드럽고 활기차 진다. 작은 돌은 작은 돌대로, 큰 돌은 큰 돌대로 여기저기 올려다 놓으니 집안 전체에 돌탑이 쌓인 듯하다. 


우리와 생활하는 선생님의 마음은 이 동글동글 모나지 않은 몽돌 같다. 예쁜 돌 찾으러 다니시면서 건강도 챙기시다보면 언젠가 선생님의 배도 이 몽돌 같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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