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뻥쟁이
광보 삼춘은 식사시간이 일정하다. 아침 7시 30분, 점심 11시 30분, 저녁은 5시 30분 이 시간을 넘기면 수상한집의 평화는 곧 깨진다. 아침이야 최 관장과 함께 먹을 수 없지만 점심과 저녁은 가급적 최 관장과 함께 식사를 하신다. 문제는 식사는 함께 하시지만 직접 만들지는 않으신다는 것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식사정리하는 것은 온전히 최 관장의 몫인 것이다. 그래서 매일 매일 식단을 고민하는 것이 괴로웠다. 그러니 매일 함께 밥을 해 먹는 것이 어려워 질만도 했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점심때가 되어서 최 관장이 광보 삼춘에게 점심 어떻게 드시겠느냐고 물었더니 광보 삼춘이 오늘은 나가서 먹자고 하신다. 아직은 손님도 많지 않으니 잠깐 카페 문을 닫고 점심 먹으로 다녀오자고 하신다. 매일 식사 만드는 것도 힘드니 오늘 하루는 외식하자는 말에 최 관장도 신이 났다. 평소 가보고 싶어 했던 문어요리 집에 가서 문어볶음밥과 문어 면 요리를 시켰다. 제법 매운 음식인데도 광보 삼춘은 잘 드신다. 평소 식사 때도 청량고추 한 두 개씩은 드셔야 소화가 된다고 할 만큼 매운 음식을 잘 드시는 광보 삼춘이다.
“음식은 어떻게 입에 맞으세요?”
“난 못 먹는 것이 두 가지라고 하잖아요. 없어서 못 먹고, 안줘서 못 먹는 거. 그거 빼고는 다 잘 먹어요.”
“이 집 문어 요리 잘하는 것 같아요. 제주 문어는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문어 이야기가 나오자 광보 할배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을 시작했다.
“아, 제주는 돌문어가 유명하잖아요. 육지에서 잡는 문어보다는 작지만 육질이 단단하고 아주 맛이 있잖아요. 내가 어렸을 때는 마을 앞 바닷가에서 문어 엄청 잡았다고”
“정말요? 문어를 그렇게 잘 잡으셨어요?”
“아, 그럼. 내가 어느 정도로 문어를 잘 잡았느냐 하면 멀리서 해녀들이 물질하러 바닷가로 나오다가 내가 문어를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오늘을 문어 다 잡았다고 울면서 뒤돌아 갈 정도였다고. 그 정도로 내가 문어를 잘 잡았어.”
“그래요? 그 정도로 문어를 잘 잡으셨어요? 그럼 저랑도 문어 잡으러 한번 나가요. 선생님. 직접 잡아서 먹으면 되겠네.”
“에이, 그거야 옛날 얘기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못 잡지.”
나이를 핑계로 한사코 문어 사냥을 거부하셨다. 그 옛날 물질하러 나왔다가 울며 돌아갔던 해녀 분들을 찾을 길이 없으니 정말 문어 사냥의 달인이었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그렇게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오자 수상한집에 방문하시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차례 손님을 받고 나서 설거지를 하는데 광보 할배 방에서 일본방송 소리가 나온다. 설거지를 끝내고 할배 방에 들어가니 텔레비전에서 일본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파친코 산업에 관한 뉴스였는데 하나도 알아듣지 못해 옆에 있던 광보 할배에게 무슨 뉴스냐고 물어보니 파친코 사업이 예전 같지 않다는 뉴스란다. 전에 광보 할배가 일본에 있을 때는 밤낮없이 열심히 일만 하느라 일본에서 놀러갈 시간도 없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파친코 같은 곳에도 당연히 가 본적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파친코에 가 보신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광보 할배는 자세를 고쳐 잡더니 “아, 내가 파친코를 얼마나 잘했다고.”한다.
“아니 일본에 계실 때는 시간이 없어서 파친코 같은 곳에는 갈 시간도 없었다면서요.”
“아니야. 일본에서 일요일만 되면 내가 파친코에 가서 살았는걸? 나도 처음에는 내가 파친코를 그렇게 잘 하는 줄 몰랐지. 호기심에 친구랑 한 번 가봤는데 아 이게 재미있는거라. 요즘 파친코 기계들은 전부 자동버튼이라 재미가 없지만 예전 파친코 기계는 구슬을 수동을 탁 치게끔 되어 있었다고. 그러니까 손의 감각이나 타이밍이 절대로 중요해. 그 타이밍을 잘 맞추면 구슬이 몇배나 나온다고. 내가 처음 간 파친코 기계에서 내가 몇시간을 앉아서 구슬을 땄어요. 그걸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돈으로 바꿀수도 있고, 가게 안에 있는 장난감이나 기념품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그래서 나는 아이들 가져다 줄 장난감으로 바꿔 갔지. 그 다음에도 같은 파친코에 가서 같은 기계에 앉아서 또 구슬을 엄청 얻었어. 그래서 또 장난감으로 바꿔서 집으로 가져갔지. 내가 우리 집 아이들 장난감은 돈 주고 사본 적이 없을 정도로 파친코를 잘 했어. 그랬더니 그 파친코에서 내가 앉아 있던 기계를 어렵게 조작해 놨더라고. 난 그것도 모르고 다음에 또 가서 같은 기계에서 했는데 또 구슬을 엄청 딴 거야. 그랬더니 그 파친코에서 일하는 매니저가 내 어깨를 툭툭 치더라고. 그러더니 좀 따라오라고. 그래서 따라갔더니 나더라 프로냐는 거야. 전문 도박꾼이냐는 거지. 그래서 아니다. 나는 그냥 일반 손님이다 그랬더니 매니저 하는 말이 ‘며칠 동안 당신이 이 기계에서 구슬을 엄청 따길래 자기들이 기계 승률을 조작해 어렵게 만들어 놨다. 그런데도 당신이 구슬을 이렇게 따는 것을 보면 당신은 프로 도박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니 이 가게에서 나가주길 바란다’ 이러더라고. 그러면서 돈을 주면서 이 돈 가지고 떠나 달라는 거야. 아, 그렇게 오해 받을 정도로 내가 파친코를 잘 했다니까.”
“그래요? 그럼 완전 프로시겠네요? 지금도 엄청나시겠는데요?”
“에이. 지금이야 나이 들어서 손에 힘도 없고 감각도 없는데 어떻게 하겠어. 다 옛날 얘기지.”
이번에도 나이 탓으로 검증을 회피하신다. 조금 과장된 것 같지만 이야기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라 경험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광보 할배의 경험담은 절정을 이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낚시 이야기가 나왔다. 화북이나 삼양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려면 어디가 좋으냐고 광보 할배에게 물었다.
“나는 낚시도 잘하지만 물에 직접 들어가서 작살로 물고기도 아주 잘 잡아. 내가 정보부 조사받고 한 일주일 쯤 지나서 친구들하고 바닷가로 낚시하러 갔었거든. 그것도 밤낚시를 하러 갔어. 내가 워낙에 물고기를 잘 잡으니까 같이 가자고 한 거지. 머리에 랜턴을 쓰고 물에 들어가는 거였는데 뭐 내가 수영도 잘하고 낚시도 잘하니까.”
“밤에는 물고기가 더 많아요? 어두워서 잘 안보일텐데 어떻게 잡는데요?”
“아, 밤에는 물고기도 잠을 자니까 움직임이 느려진다고. 그래서 작살로 잡는 거지. 그런데 밤에 들어가니까 정말 아무것도 안보이더라고. 랜턴을 끼고 들어갔는데도 잘 안보였어. 친구들이랑 들어가니까 들어가지지. 혼자서였으면 무서워서 절대 물에 못 들어갔을 거야.”
“낚시 잘하시는 분이 물이 무섭다구요? 작살로 물고기 잘 잡으셨다면서요.”
이 말에 갑자기 광보 할배의 동공이 흔들린다. 갑자기 양말을 신고 현관문을 나선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나. 요즘 운동을 통 안했더니 몸무게가 점점 느는 것 같아. 나 잠깐 운동하러 나갔다 올게.”하며 훌쩍 나가신다.
저녁을 너무 많이 드신게 아니라 뻥을 너무 튀기신거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