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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말스런 여자 Oct 18. 2020

            수말스런  여자의 일상

                  수말스런 여자의 일상

유월의 어느 날 저녁 식사 시간이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어머니! 학교 다니면 시험을 보잖아요. 10 문제 중에 한 개 맞으면 10 점, 두 개 맞으면 20점... 이런 식으로 10개 다 맞으면 100점에요.

그럼 어머니가 지금까지 살아오신 인생을 점수로 매긴다면 어머니 자신에게 10개 중에 몇 점을 주시겠어요?"라고 물었다.

남편은 이 마누라가 또 웬 엉뚱한 소릴 하려고 하나 하고 불편해하는 심기를 드러낸다.

"그럼, 자기도 대답해봐. 자신에게 몇 점 줄 거야?" 이 남자에게 물어봤자 묵묵부답일걸 뻔히 알면서도 내 기운만 빠지게 묻는다. 가만히 듣고 계시던 우리 엄니.

"나는 20점이다."
헐! ~~~
너무, 너무 뜻밖이다.  그간 살아오시면서 그리도 당당해하시는 분이 20점이라고? 이건 뭐지?

"어머니가 겸손하게 말씀하셔서 그런 거지, 그게 어디 맞아!"하고 남편은 어머니 감싸고 두둔하기에 바쁘다 바빠!

"그럼, 자기가 생각하는 어머니는 몇 점인데!"
 남편은 주저 없이 "90점."
"글쿠나."
이럴 때는 냉큼 대답도 잘해요.

"그럼 나한테도 물어줘 봐!
어머니 점수 몇 점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참, 이 마누라 지가 그냥 말하면 되지. 꼭 유별나게 군다고 여기면서도 마지못해 "당신은 어머니 점수 몇 점 드릴 건데!"하고 물어봐준다.

나도 냉큼 "99점."
팟! ~~~
우리 남편과 어머니 동시에 웃음보가 터졌다. 남편 왈, "어지간히 아부하기는", 아부 티가 너무 난단다.
"그치, 좀 아부 티가 나지, 사실 나 아부했어. 솔직히 말하면 난 어머니가 98점이라고 생각했지, 1%는 아부!"

'어휴! 이 여시 같은 마누라, '라고 여기면서도 결코 싫지 않은 이 모자간의 표정. 난 한술 더 떠서,
"자기야, 나도 내 인생의 점수는 몇 점이냐고 물어줘 봐!"
우리 남편 이제 좀 엔간히 해라! 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하다.

때로는 남편보다는 화끈한 우리 어머니.
"그래, 너는 너한테 몇 점 줄래?"
난 일초도 망설임 없이 "10점요!"
모자간이 그야말로 빵! 빵~~~웃음보따리가 터진다.

아니, 아니! 나의 10점이 당신들께는 이리도 유쾌, 상쾌, 통쾌했더란 말인가,
아니면 내 입에서 똑 부러지게 '저는 100점 예요'라고 할 줄 알았을까,

어머니께서는 "너는 나한테 왜 20점밖에 안주냐고 하면서 너는 왜 10점이냐"고 하신다.
"어머니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오신 것을 아는데, 어머니가 20점이라면, 며느리인 저는 당연히 10점도 과분하지요."라고 말씀드렸다.
남편의 굳은 표정이 금세 봄볕에 눈 녹듯 풀어지며 "말은 바로 하네" 하며 히죽히죽 웃음이 만면에 가득하다.

그래, 내 10점 점수에 모자간이 이리 즐거우면 됐지 뭐!
그래도 나만은 내 자신을 인정해 줘야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사랑스러운 여시를! 오늘은 내가 나에게 최고 점수를 준다.
도장 다섯 개!





꽝.
'참 잘했어요.'
수말스런 여자는 오늘도 덥다, 더워.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한다, 다해!

*수말스럽다는 착하고 순하다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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