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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Sep 29. 2020

그해, 가을은 실했습니다.

(오래 전의 기억, 안데스의 위엄)

그해, 가을은 실했습니다.

울타리엔 붉은 호박 가을빛 발하고

뒤뜰 감나무 붉은 홍시가

뒷산 넘은 바람 따라 일렁이며

그해 가을을 축복했습니다.


뒤뜰 밤나무 밑 풀숲엔

붉은 밤톨이 가는 발걸음 멎게 하고

채마밭엔 한껏 익은 붉은 고추는

버거운 시름 더는 가을 선물되는

그해 가을은 풍성했습니다.


누렇게 익은 볏단 자리 삼아

논둑에 펼쳐진 그 날 성찬은

땅 위에 그려진 으뜸 그림이었고

바람 따라 너울대는 노란 볏 잎은

농사꾼과 신나는 춤사위되어

그해 가을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해, 가을은 실했습니다.

마당 끝에 높이 쌓은 볏가리는

황금빛 석양 따라 누런빛 발해 

힘겨웠던 지난 나날 다 잊게 하는

멋진 가을날의 잔치였습니다.


알알이 맺은 볏단 헤아림은

아름아름 오는 겨울 푸근케 하고

가는 가을 성스러이 보내주며

오는 겨울 반가이 맞이하는 

그 가을은, 참으로 실했습니다.

그해 가을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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