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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Aug 23. 2020

어머니, 오늘이 처서입니다.

(어머니를 그리며, 몽골에서 만난 석양)

어머니, 오늘이 처서입니다                                   

따가운 여름이 물러나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이 그리워지는 처서가

자그마한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우리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고구마 덩굴이 밭고랑을 덮어

헐렁하던 텃밭이 가득해지고

기다란 동부 덩굴이 실해져  

작은 바람에도 푸른 파도가 이는

가을 문턱 알리는 처서가

우리 곁으로 성큼 왔습니다


어머니, 처서가 찾아오면

풀 섶엔 풀벌레가 찾고

길가에 흩어져 자란 코스모스

진 빨간 꽃을 가득 피워

한마당 가을축제를 그리게 하는

오래전 당신과 함께하던 처서가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처서가 뒤뜰에 찾아오면

아이 주먹만큼 자란 감 알이 

넓은 잎을 제치고 얼굴 내밀어

따가운 햇살에 더욱 빛나는 

그런 가을을 알려주는 처서가

우리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어머니, 오늘이 처서입니다

따가운 햇살이 수그러들고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

오랜만에 옷깃 여미며

더없이 높아진 가을 하늘이

그렇게도 아름다운 가을이

오래 전의 당신을 그리게 하는

그런 처서가 곁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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