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그리워, 몽골 북부 흡수골 아침)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뒤뜰 감나무에 새알 같은 아기 감이
수줍은 듯 하얀 솜털 달고
가는 바람에도 일렁이는 여름이
소리 없이 익어만 갑니다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울 넘어 채마밭에 자란 상추
때마다 솎아 따낸 텅 빈 줄기가
수줍은 듯 하얀 속살 허옇게 드러내고
뻘쭘이 서서 하늘거리는 여름이
따가운 햇살과 함께 익어갑니다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엇 그제 고개 내 민
채마밭 가 자그마한 옥수수
어느새 긴 잎 팔랑이며
하늘 나는 잠자리와 어울려
하염없이 술래잡기하는 여름이
긴 여름 해와 함께 익어만 갑니다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곡식 영그는 따가운 햇살이
널따란 들판에 가득 쏟아지며
연초록 달구어 검푸름 물들이던 날
여름 뻐꾸기 구슬피 우는 여름이
오늘도 하염없이 깊어만 갑니다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하얀 소나기 초가지붕 적시면
어느새 시골 동네 고요해지고
내리는 빗줄기마저 숨이 멎은 듯해
툇마루에 잠시 고단한 몸 누이신
어머님이 그리워지는 여름이
오늘도 깊이깊이 익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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