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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Aug 15. 2020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어머님이 그리워, 몽골 북부 흡수골 아침)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뒤뜰 감나무에 새알 같은 아기 감이

수줍은 듯 하얀 솜털 달고

가는 바람에도 일렁이는 여름이

소리 없이 익어만 갑니다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울 넘어 채마밭에 자란 상추

때마다 솎아 따낸 텅 빈 줄기가

수줍은 듯 하얀 속살 허옇게 드러내고

뻘쭘이 서서 하늘거리는 여름이

따가운 햇살과 함께 익어갑니다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엇 그제 고개 내 민 

채마밭 가 자그마한 옥수수

어느새 긴 잎 팔랑이며

하늘 나는 잠자리와 어울려

하염없이 술래잡기하는 여름이

긴 여름 해와 함께 익어만 갑니다

뜰 앞에 핀 '꽃범의 꼬리'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곡식 영그는 따가운 햇살이

널따란 들판에 가득 쏟아지며

연초록 달구어 검푸름 물들이던 날

여름 뻐꾸기 구슬피 우는 여름이 

오늘도 하염없이 깊어만 갑니다


어머니 여름이 익어갑니다

하얀 소나기 초가지붕 적시면

어느새 시골 동네 고요해지고

내리는 빗줄기마저 숨이 멎은 듯해

툇마루에 잠시 고단한 몸 누이신

어머님이 그리워지는 여름이

오늘도 깊이깊이 익어만 갑니다   

몽골 북부 흡수골에서 만난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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