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궁전의 도시 푸나카로 가다.

(겨울궁전으로, 푸나카의 아침)

by 바람마냥

오랜 시간의 비행과 여행으로 지친 몸을 뉘이고 잠든 저녁은 고단하기만 한데,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가 잠을 깨운다. 내일은 푸나카로 이동을 하면서 도출라 패스를 지나며 멋진 히말라야의 설산을 보는 날이다. 내일 아침이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을 들려했으나 내내 마음은 편치 않다. 이렇게 하여 일어난 아침은 짓궂은 비가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산골짜기에서 내리는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파란 초록 위에 쏟아지는 빗줄기는 멋진 그림을 주곤 한다. 천지에 앉은 초록이 흘러 가늠할 수가 없으니 빗물에 씻겨 내려갈까 두렵기도 하다.


DSC03364.JPG 짓궂은 비가 만든 안개

간단히 몸을 씻고 나선 식당엔 우리 팀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 식탁을 비어 있어 다소 쓸쓸한 기분이 든다. 우리끼리 식사를 즐기고 있는 사이 일본 여자인 듯 한 사람이 아이를 한 명 데리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역시 부탄 여행을 온 모양인데 아이를 하나만 데리고 이 먼 곳으로 여행을 온다는 것이 여행의 진면목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식사를 했다. 아침부터 한국에서 공수해 온 풋고추와 고추장 그리고 장아찌가 우리의 입맛을 돋우어 준다. 이렇게 아침 식사를 끝내고 이내 차량에 올라도 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짓궂은 비를 맞으며 출발한 딤푸 시내의 모습은 여느 시골 동네의 모습이 연출되는데, 곳곳에 경찰들이 차량을 안내하고 횡단보도에선 사람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부탄의 수도였다.


20160726_194041.jpg 딤푸에서 만난 야경

이윽고 꼬불꼬불한 산길로 들어서자 울창한 산림이 우리를 반기며 곳곳에는 들개들이 어슬렁거리고, 가끔은 소떼들이 길가를 오고 간다. 주변에는 과수원에서 사과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유기농이라 그런지 우리나라에선 전혀 상품가치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은 드문드문 포장이 되어 있는 곳도 있고, 곳곳에는 밤새 내린 비가 쏟아낸 토사가 길을 막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도착한 도출라 패스(Dochula Pass)- 팀푸에서 푸나카로 가는 해발 3,150m의 고개로 히말라야 산맥을 조망할 수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DSC03366.JPG 도출라 고개의 108초르텐

맑은 날에는 눈 덮인 고봉과 108기의 초르텐이 멋진 조화를 이루겠지만 쏟아지는 빗줄기가 방해를 한다. 이 초르텐은 인도 반군과의 교전에서 전사한 부탄 군인들을 기리는 의미로 선대의 왕의 어머니가 2003년에 세운 108기의 초르텐이 있는 곳으로, 짓궂게 내리는 비가 만든 안개로 한 치의 앞도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안개와 울창한 수목들이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 여기가 부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어 다행이었다. 휴일이나 주말에 도출라패스를 찾아 아름다운 풍광도 즐기고 사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DSC03371.JPG 푸나카 치미랑캉사원 가는 시골 동네

비가 오는 날이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있고 현지 주민들도 많이 찾아 주변의 커피숍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이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발한 푸나카행은 많은 비로 인해 도로에 많은 토사가 내려와 푸나카행을 방해하고 있었지만, 언젠가 찾은 스리랑카의 캔디를 가는 길과 흡사한 풍경을 만들어 주어 오래 전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72km의 길을 3시간에 가야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만 같았는데, 구불구불한 길을 돌고 돌아서 그리고 흘러내리는 흙을 피해서 가는 길이 험하기는 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참의 인내를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은 엄청난 푸름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고, 푸나카에 가까워오자 엄청나 푸름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널따란 들판에 파란 벼가 출렁이고 밤새 내린 비가 만든 안개는 그 위에 두둥실 흐르고 있었고, 이런 광경을 찾아 이 먼 곳을 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드넓은 초록을 배경으로 들판을 지나가야 하는 곳은 드룩파 쿤리가 세워 중생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보여 주었다는 치미 랑캉(Chime Lhakhang) 사원이다. 치미랑캉 사원은 계곡에 펼쳐진 넓은 들판을 바라보고 저 멀리 자리하고 있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를 드리는 곳으로 유명한 이 사원은 한적하고 여유로움을 안고 푸근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엄한 사원에 접근하기에는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았는데, 밤새 내린 빗물이 흐르는 논길을 돌고 돌아 걸어서 가야만 했다.


DSC03396.JPG 치미랑카에서 만난 풍경

푸름을 안고 가는 마음이야 가볍지만, 자그마한 논길을 미끄러지듯이 가야만 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어릴 적에 미꾸라지를 잡는다며 논길을 다닌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물고를 따라 흘러내리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지기도 하며, 때로는 멀리서 들려오는 닭의 울음소리가 모든 불편함을 씻어주고 있었다. 논물에 발이 젖고 바지를 적시며 도착한 치미랑캉 사원은 커다란 나무가 우리를 반기고, 사원을 등지고 바라보는 들판과 그 옆을 흐르는 강물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주었다. 사원 안에는 작은 동자승들이 장난을 하며 뛰어 놀기도 하고, 목욕을 하면서 어린아이의 진면목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참의 여유로움을 즐기며 나선 사원 밖에는 많은 상점들이 그리 많지도 않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한국인들을 만나지 못한 곳이 거의 없었다. 여기서도 아직은 한국인들을 만나자 못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상점을 향한다. 언제나 그 나라의 토속적인 기념품을 선호하는지라 선뜻 들어선 상점에는 우리가 보면 깜짝 놀랄 물건들이 가득하다. 남자의 성기를 만들어 상점 가득히 진열해 놓아 우리는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지 몰라 잠시 당황하게 만드는데, 이런 물건들이 액운을 쫓아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IMG_3603.JPG 푸나카의 푸르름

가끔은 남녀가 합환상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남자의 지혜와 여자의 자비가 합하여 궁극의 깨달음을 표현한 것으로 문화의 다름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렇게 하여 마친 치미랑캉의 관람 후, 다시 먼 논길을 돌아 도착한 식당은 사원이 멀리서 잘 보이는 곳이었다. 이 식당에서 바라보는 파란 들판과 어우러진 사원의 모습은 평화롭기만 하다.


창가에 자리한 우리는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한국에서 공수한 반찬으로 다시 허기를 달랜다. 여행은 언제나처럼 서두름이 없이 여유와 한가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함은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우리의 여행은 언제나 그렇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무엇인가 보아야 하고 눈을 감을 때까지 어딘가를 헤매야 하는 것이 여행이었는데, 이 번 여행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여행을 하고 싶다. 겨울궁전, 푸나카 드종이 있는 푸나카 도시의 형태를 보고 싶었는데, 높은 산모퉁이와 들판에 드문드문 세워진 건물들이 푸나카라고 한다. 또 다시 내 머리 속에 있는 도시의 개념을 바꾸어 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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