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프에서 하루, 부탄의 삶)
여유롭고도 한가한 발길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딤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딤프가 내려다 보이는 부다 포인트를 찾아가는 길이다. 딤프는 부탄의 수도라고 하지만, 이 나라 인구가 전체 70만 정도에 딤프 인구가 10여 만이라 한가하기만 하고, 푸른 대지 위에 듬성듬성 지어진 집들은 머릿속에 들어있는 도시의 개념을 바꾸어 놓은 듯하다. 딤프 시내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주변의 논에는 푸른 벼가 넘실거리고, 논의 중간에 듬성듬성 도시가 자리하고 있어 이것이 도시인지 아니면 농경지인지가 혼돈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돌아 찾아간 곳이 부다 포인트로 딤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에 51.5m 높이의 부처님이 행복한 나라, 부탄의 수도를 내려다보고 있다. 홍콩의 도움으로 세워지고 있다는 부다 포인트는 아직은 공사 중이라 조금 어수선하지만, 불교국가인 부탄의 국민들이 많이 찾아 기도를 하고 있다. 거대한 부처님을 중심으로 커다란 광장이 조성되어 있고, 부탄의 수많은 사람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도를 하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되고 있는 딤프의 명물인 듯하다.
부처님 정면에 조성되고 있는 출입구는 아직도 공사를 기다리고 있는 듯, 아직은 통행이 금지되어 있고 옆문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오랜만에 한가한 발걸음으로 부처님 뒤를 돌아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공간에 부처님을 모셔 놓고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인간이란 모두 간절한 무엇인가를 뜨겁게 안고 사는가 보다. 티베트에서 만난 처절한 오체투지가 그렇고, 인도의 바라나시 갠지스강의 기도 장면이 그렇고, 부탄의 수많은 불교 성지를 보면서 그리고 유럽의 엄청난 성당과 모스크에서가 그랬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지는 석양을 뒤로하고 딤프 시내에 있는 국립 기념탑(Memorial chorten)을 찾았다.
Memorial chorten… 부탄의 3대 왕 직매 도지 왕측(Jigme Dorji Wangchuck)을 기념하기 위해 1974년에 세운 건물로, 1972년 왕이 죽자 그의 어머니가 아들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은 내부에 왕의 사진이 모서져 부탄 국민으로부터 많은 추앙을 받는 곳이라고 한다. 정리가 되지 않은 어수선한 입구에 들어서자 여기가 불교의 나라 부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기념탑을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으며 주변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커다란 마니차 주변에는 자리를 펴고 앉아 주문을 외거나 식사를 하면서 하루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엄숙한 기도의 공간이면서도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이기도 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부탄 사람들은 여기에서 기도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하루를 정리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옆에서는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도 보인다. 언젠가 찾았던 티베트의 포탈라 궁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 광경이 떠올랐다. 마니차, 티베트 불교에서 사용하는 불교 도구로 원통형으로 되어 측면에는 주문이 새겨져 있다. 내부에는 롤의 형태로 경문이 새겨져 있는데, 크기도 다양하여 손에 쥘 수 있는 것부터 몇 미터에 달하는 마니차가 사원에 수없이 설치되어 있다. 그들은 경전이 들어있는 마니차를 한번 돌릴 때마다 경전을 한번 읽는 것과 같다고 여기며, 마니차를 돌리는 것은 티베트인들의 깊은 믿음이 담긴 경건한 행위로 가이드도 가는 곳마다 마니차를 열심히 돌리기도 한다.
마니차를 돌려보니 마니차를 돌리는 것도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가이드는 노하우가 있어 그런지 쉽게 돌리는 것이 이채로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메모리얼 초르텐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 놓아두면서 즐긴다는 말이 옳을 정도로 정돈이 되어있지 않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수많은 부탄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여기도 처절하고도 간절한 기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메모리얼 초르텐을 나와 여행지에서의 즐거움 중에 하나인 그들의 음식을 맛보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려 시장으로 향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그들의 시장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시장은 3층으로 형성되어 있는 곳인데, 1층에 들어서자 수많은 곡물들이 진열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 옆에는 수많은 과일들이 진열되어 있지만, 그들이 자랑하는 유기농이라 그런지 몰라도 선뜻 손이 가는 과일들의 모습은 아니었다.
커다란 상점의 내부도 다소 지저분하였고, 과일을 손질한 모습도 그러하니 과일을 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맛을 보려고 수박과 사과를 사들고 올라간 위층에는 많은 고기와 채소가 있지만, 선뜻 손이 가는 상점의 모습은 아니었다. 이렇게 하여 첫날의 부탄의 수도, 딤프 여행을 마무리하고 차에 올라 숙소를 향하는 길은 조금은 시간이 여유로워 좋았다. 언제나처럼 시간에 쫓기며 늦은 저녁에야 숙소에 들고, 새벽부터 배낭을 메고 나서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너무나 좋다. 이렇게 하여 도착한 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기다렸다. 호텔은 우리나라의 리조트 형태로 방이 대체적으로 크면서 주변에는 푸르른 녹지가 형성되어 있어 안정된 기분을 준다.
부탄이라는 나라는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나라, 금연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시내 곳곳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볼 수가 없고, 50여 개의 교도소가 있으나 수감된 인원도 얼마 되지 않는 다고 하니 그들의 삶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시간이 되어 내려간 식당에는 많은 사람을 기다리듯이 음식이 준비되어 있으나 손님은 우리가 전부인 듯이 조용하기만 하다. 제일 먼저 제공되는 수프는 우리의 입맛과 배치되지 않는 맛이었고, 다음에 제공되는 야채나 치킨도 그렇게 거북스럽지는 않았다.
불교국가라 그런지 고기가 제공되는 것은 치킨이 전부였는데, 소를 사육하고 있지만 그들이 도축을 하진 않는다고 한다. 살아 있는 소를 인도에 수출하고, 고기를 수입해서 먹는 다고 하니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는 판단할 수가 없다. 금연의 나라라고 하여 술도 마음대로 마실 수 없는 것인 아닌가를 의심했지만, 술은 그렇지 않아 그들의 전통술도 있고 대체적으로 자유스러운 것 같았다. 간단하게 소주를 곁들여 맞이하는 부탄에서의 한가한 저녁식사는 모두에게 행복한 여행을 주었고, 커다란 식당에 우리만이 즐기는 식사 분위기는 더욱 이채로웠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이 제공되고, 우리나라에서 ‘돌배’라고 부르는 정도의 배를 제공하는데, 이것이 그 돌배인지 아니면 그들의 농법으로 재배된 배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그들의 과수원에 달린 사과를 보면 이것이 재배한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하는데, 이유는 길가의 과수원에 수많은 작은 사과들이 달려있지만 사이사이에는 풀이 가득하게 자라 사람의 손길이 전혀 가지 않은 듯해서이다. 여유로운 식사를 끝내고 쉬는 부탄에서의 첫날은 푸르른 녹음 속에서 누구 하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는 여행의 맛을 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