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수도를 가다, 딤프)
공항이 있는 파로에서 수도 딤프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좁은 도로도 문제지만 도로 곳곳에 있는 개와 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나 소가 있어도 이것을 억지로 쫓아내는 경우가 없고 그들이 피하기를 마냥 기다리는 기사 때문이다. 공항에서 수도로 가는 도로도 시골스런 길로, 길 옆에는 도랑이 있어 우리의 장맛철처럼 물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의 도로와 같이 깨끗이 정비되거나 그런 흔적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길이었다. 가이드의 말로는 수많은 개들은 주인이 없는 것들이고, 소들은 모두 주인이 있다고 하니 어떻게 주인이 찾아갈까를 의심하게 만든다. 부탄을 여행하는 내내 수많은 소들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길가를 오가고 있었고, 수많은 들개들은 산길에도 그리고 도시의 곳곳에서 떼 지어 잠을 자거나 몰려다니고 있었으나 누구 하나 해코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다만 마지막 호텔에서 종업원이 호텔 내부에 들어선 개들을 쫓아내느라 진땀을 빼는 광경을 보고 한참 웃은 적이 있을 정도였다. 공항을 벗어나자 도심으로 향하는 길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자그마한 지방 동네에 들어가는 정도의 소로 길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곳곳에 어슬렁거리는 소들과 들개들이 차량을 막아선다. 부탄의 여행시스템이 개인여행이 허락되지 않고 가이드가 반드시 동행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 제도는 국가적으로 봤을 때 많은 이익이 있기에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거기에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큰 목적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여행지마다 많은 여행 가이드가 있고, 차량 기사가 같이 일을 해야 하니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도착한 첫 번째 여행지는 우리가 부탄여행을 소개하면서 늘 보던 그 다리가 나타나고 있었다.
부탄 최초의 철다리를 만든 스님이 창건하신 질 루카 사원으로 가는 철다리였다. 말로는 철제 다리라고 하지만 굵은 철사 줄로 대강 매 놓은 다리였다. 사람이 지니면 흔들거려 약간의 혼을 흔들어 놓기도 하는데, 동네 아이들은 놀이터 삼이 이곳을 뛰어다니기도 한다. 이방인에게는 이색적인 다리인 듯하니 모두는 신기하여 손을 잡고 건너기도 하고 사진을 찍도 한다. 그러는 사이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고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웅성댄다. 약간은 힘이 들어도 사원을 가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웬일인지 가이드는 심드렁하게 생각하며 주춤거린다. 가이드가 다음 여정을 재촉하여 그렇게 하고 말았음이 못내 아쉽기도 하다. 이렇게 첫 번째 관광지를 보고 차에 올라 딤프로 가는 길은 어느 시골의 한적한 마을을 가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딤프로 가는 중에는 우기로 인하여 도로에 많은 토사가 쌓여있는 곳도 있어 사람들이 손으로 정리하는 모습이 정겹다. 도로 주변에는 자그마한 과일과 채소를 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있다. 과일을 파는 모습은 우리의 농촌과 다를 것이 없어 한없이 평화롭고 한가롭게 느껴진다.
하늘에는 파란 구름이 오가는가 하면 어느새 구름이 내려 않기도 하니 여기가 히말라야와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렇게 하여 도착한 곳은 부탄의 수도 ‘딤프’였는데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지만 듣던 대로, 소형차량은 수없이 많았으나 복잡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는 않았고, 구태여 신호등이 필요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서두르는 사람이 없고, 도로 곳곳에는 교통경찰관이 차량을 안내한다. 시민들은 그들의 신호에 적절하고도 순순히 응하는 듯하다. 한가로운 시내를 통해 도착한 곳은 자그마한 리조트"Amodhala"인데 그런대로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주변이 조용하고 비수기인지라 우리만 있는 듯이 조용해 좋다. 점심을 먹으러 내려간 식당엔 우리만의 식사가 제공되는데, 우리의 돌배라고 하는 것이 제공되고 이곳은 음식이 정갈하게 제공되었다. 우리의 입맛에 썩 들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거부감은 없다. 창가에 비가 내리는 분위기에 젖어 그런대로의 맛있는 식사를 마쳤다. 처음 만나는 부탄의 식사는 소박하면서도 거스르지 않은 향으로 그런대로 마주할 수 있었는데, 쌀이 어우러지지 않는 듯하여 걱정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부탄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찾은 곳이 부탄을 통치하는 국왕이 거주하고, 종교적인 중심지이자 모든 행정기관이 집합되어 있는 ‘타쉬쵸 드종’을 찾았다.
타쉬쵸 디종 - 1216년 '걀와 라낭(Gyalwa Lhanangpa)' 스님에 의해 만들어져 현 국왕의 직무실로 사용되는 '파란 돌로 만든 성'을 의미하는 타쉬쵸 드종(Tashi Chhoe Dzong)-이 차지하고 있는 부탄에서의 비중에 비해 들어가는 입구를 비롯해 주변의 도로는 한없이 시골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신기한 것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데, 이유는 국가에서 이미 입장료를 여행비에 포함시켜 받았기 때문이란다. 여행지를 가면서 이렇게 하는 방법도 있어 조금은 편리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곳을 관람하지 않는 사람은 입장료만 내고 만다는 생각에 조금은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탄이라는 나라에서 보면 상당히 합리적이면서도 재정적인 도움을 가져갈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입구에서는 메고 있는 배낭을 대충이나마 검사를 하면서 실내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음을 알려주고 곧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지금이 부탄은 우기라고 하는 여행의 비성수기인지라 관광객이 적어 한가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예쁘게 만들어진 장미정원이 여행객의 마음을 한층 가볍게 해 준다. 밖에서 바라본 것과는 다르게 안으로 들어가자 어마어마하고 웅장한 건물이 사람을 압도한다. 한편으로는 행정을 하는 기관과 국왕의 거주지가 있고, 한편으로는 스님들이 수양하는 건물이 사람을 압도하고 있다.
행정기관이 속해 있는 건물에는 접근할 수 없도록 경계가 심하고, 스님들이 수양을 하는 곳도 엄중하게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건물 안에서는 어떤 수양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단체로 소리를 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듯하다. 잠깐 볼 수 없을까 문의했더니 안 된다는 경계병의 단호한 목소리다. 안에서 느끼는 건물의 크기는 하얀 면으로 된 한 면이 아파트 4,5층의 높이는 될 듯했다. 안쪽에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하지만 들어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상상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타쉬쵸 디종을 둘러보고 나오는 중에 만난 부탄의 여인들의 모습은 한가롭고도 순진한 모습으로 길가를 오가는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여유로움도 보여주었다. 입구에 핀 붉은 장미정원 곁에는 근엄한 경계병이 나른한 모습으로 지나는 관광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이 이채로왔으며, 주차장에는 제법 많은 관광객을 실은 차량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