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겨울궁전, 푸나카 드종

(푸나카 드종을 만나다. 부탄의 도시)

by 바람마냥

부탄의 겨울궁전, 푸나카 드종을 향하는 길은 좁고도 구불구불한 시골길이나 다름없다. 여기도 들개와 소들의 행진은 계속되고 있으며, 오후 3시경이면 하교한다는 학생들이 모습이 여기저기에 눈에 보인다. 하나같이 부탄 전통복장을 교복으로 하고 등에는 배낭과 손에는 도시락을 들고 있다. 모습이 우리에 오래 전과 같았으나 일찍 하교하는 모습이 왠지 낯설어 보이는 것은 웬일일까? 드종(Dzong)은 부탄왕국의 독특한 형태의 성 또는 요새를 뜻하는데, 행정부와 종교의 기능이 합쳐진 곳이다. 여기서 '드'는 약하게, '종'은 강하게 발음하여 거의 '종'만 들린다고 한다.

웅장한 푸나카 드종

이렇게 하여 찾아간 곳은 푸나카 드종…부탄을 최초로 통일한 ‘샤브드로 남걀’이 아버지 강이라 불리는 푸나창추와 어머니 강이라 불리는 모추가 합류하는 곳에 티베트 양식으로 건축한 아름다운 요새이다. 푸나카는 1577년에 세워진 부탄의 옛 수도로, 팀푸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불교와 행정의 중심지였다. 여름 수도인 팀부에서 동쪽으로 약 77km 떨어진 푸나카는 해발 1499m로 여름에는 무덥지만 겨울에는 따뜻하기 때문에 부탄 왕이 겨울에 이곳에서 나라를 통치한다고 해서, 겨울 수도라 한다…드종에 들어서는 입구에는 강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다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외부의 적이 침입하면 위로 올라가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며,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울 정도로 정교하고도 아름답게 만들어졌단다.


푸나카드종으로 들어가는 다리, 참 아름답다.

입구의 다리를 건너면 드종의 엄청난 외벽이 가로막는데, 두강이 만나는 사이에 만들어져 삼면에 물이 흐르고 거대한 외벽이 마치 철옹성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대하면서도 아름답다. 입구에는 엄청난 높이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입구에서는 입장료가 없이 소지품만 간단히 검사를 하고 입장할 수 있다. 내부에 들어가면 엄청난 높이의 하얀 외벽들이 사람을 압도하지만 조용하고도 멋진 광경을 선사한다. 이층에 올라 바라본 밖의 풍경은 강물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해 주고, 도심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기만 하다.


거대한 요새, 푸나카 드종

여행의 비수기라 그런지 관광객들의 숫자도 얼마 되지 않아 한가한 여행을 즐길 수 있었으며, 아직도 한국의 관광객들은 만날 수 없음이 신기하기만 했다. 거대한 성이면서 그들의 행정기관이며 또한 수많은 스님들을 배출할 수 있는 거대한 절집이기도 한 요새지를 바라보면서 오래전에 만들어진 그들의 유산에 감탄을 할 뿐이다. 이렇게 돌아보고 나오는 뒤편에는 산더미 같이 커다란 정문이 우리를 압도하고 있었으며, 입구로 들어가는 다리에는 지는 석양과 함께 한가히 흐르는 강물이 조화를 이루어 한층 아름답다. 아직도 아름답다는 다리를 보자마자 다시금 카메라를 꺼내게 되지만, 사진으로 담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담는 것이 훨씬 감동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차에 올랐다.


리조트 앞의 풍경

호텔로 돌아가는 길엔 보슬비가 내리고 이제 하교하는 부탄 학생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한가롭게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도시락을 들고 걸어가는 남녀 학생들이 이렇게도 여유롭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구비구비 강가를 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은 정말로 행복할까? 도로에는 여전히 한가한 소들이 어슬렁거려 지나는 차량은 서서히 그들의 발자국을 바라만 보고 있다. 이렇게 한가한 그들과 함께 도착한 호텔은 우리의 호텔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안겨준다. 엄청난 크기의 호텔이 앉은자리는 푸르른 벌판을 배경으로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들판은 한가롭기 짝이 없었다.


이런 물건이 리조트에

우리 같았으면 방을 두 개는 더 만들었을 듯한 넓이의 방에 소파를 포함한 응접세트가 놓여 있고, 유럽에 가면 그렇게도 야박스런 물이 두병씩이나 놓여 있다. 화장실에서도 넓은 들판을 바라볼 수 있어 이방인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호텔의 종업원들도 전혀 서두름이 없이 큰 짐을 옮겨 주고 언제나 밝은 미소가 여행객의 마음을 한층 밝게 만들어 준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시내 구경을 하려 나갔더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데, 여기가 도시인지 시골인지가 구분되지 않았다. 명색이 부탄의 겨울 수도하고 하는 ‘푸나카’인데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그런 도시와는 전현 다르게 다가왔다.


전형적인 시골 주택

할 수없이 방에 들어와 창을 통해 바라보는 들판은 연초록의 색깔에 하얀 연기 같은 안개가 드리워져 그야말로 멋진 수채화를 만들어 주었다. 모두는 이 광경에 반하여 연신 사진을 찍으며 부산하고 여행지에서의 멋진 하루를 이렇게 장식했다. 저녁식사는 역시 한국 사람답게 라면에 공수해온 풋고추와 장아찌 그리고 간단한 소주가 곁들여져 푸나카의 밤을 인상 깊게 만들어 주었다. 아침에 일어난 호텔의 창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지만, 멀리 강가에 피어있는 안개는 푸르른 들판과 함께 환상적인 그림을 선사해 준다. 문을 열고나선 창가엔 수많은 새들이 지저귀고 뒷집에선 잠에서 깬 닭들이 한가한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겨울궁전은 시골에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나간 이웃 호텔엔 여지없지 남자 성기를 크게 만들어 세워 놓았고, 추근 대는 빗방울이 묘한 그림을 만들어 낸다. 오늘은 딤프로 복귀만 하면 되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나선 식당엔 여전히 평화만이 서려있다. 부탄의 아가씨들은 연신 웃음을 보이면서 연신 서빙을 해주어 앉아서 받아먹기가 머쓱할 정도였다. 한국 아낙네들의 극성 바람에 한국의 입맛을 잃지 않고 마친 식사는 그런대로 멋진 맛이 되었고, 이제 딤프로 돌아가는 채비를 해야만 했다. 느긋하게 짐을 챙겨 차를 타는 순간에도 비는 오고 있다.


우기라 비가 오는 것이지만, 심하게 오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고 오히려 시원한 바람을 주어 훨씬 수월했다. 차량에 올라 딤프로 온 길을 되짚어가야만 하는데, 이번에도 비가 왔으니 길은 엉망이 되어 있으리라. 서서히 시동을 걸고 출발한 길은 역시 빗줄기가 할퀴고 간 자국이 서두르는 발길을 잡아 놓지만, 오랜만에 높은 산에 드리워진 물안개를 마주하며 서서히 도출라 패스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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